• 책은 도끼다(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작가 박웅현 출판 북하우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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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도끼다>_박웅현,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중고등학생 때 정말 간절하게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를 졸업해 광고기획자가 되는 것을 꿈꿨다. 이래저래 교대를 다니고 있지만 아직도 문득 그때의 꿈이 내 발목을 잡는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나러 서울로 갔다. 국립현대미술관을 가려고 버스를 타려는데, 프레스센터가 즐비한 거리가 나왔다. 그곳은 내가 절대 발 디딜 수 없는 곳처럼 보였다. 창피한 마음에 신발만 바라보다 우산을 들어 앞을 보았는데, ‘Follow your heart’라는 문구가 거짓말처럼 눈 앞에 보였다. 찾아보니 1인 프로젝트였다. 그 문구 한 마디가 얼마나 내 마음을 헤집어 놓았는지 모른다.
    고등학생 때 박웅현 CD의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를 정말 재밌게 보았고, 언젠가는 나도 저런 광고기획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교대에 오고 나서 일부러라도 그 생각은 안 하려고 했는데. 그 비 오는 북촌이 뭔지, 비 맞고 축 늘어진 능소화가 뭔지, 온통 회칠갑을 한 건물 속에서 고개를 수그러뜨린 주황색이 뭔지 내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빌렸다.

    p47. 풍요롭기 위해서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뉩니다. 그러니까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이지요.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매일 보는 학교이고, 질리도록 봤을 바다인데 반복되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는다. 호수같다. 잔잔한 파도 정도가 아니라. 그래서 그 애는 항상 행복하다. 그 애는 일상을 감상할 줄 알아 풍요로운가 보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p79. 한 젊음을 늙히기에 저리도 힘듦이여! - 손종섭

    한 번 웃으면 온 세상이 봄이요, 한 번 훌쩍이면 만고에 수심이 가득하다. 슬픔마저 발랄하다. 대책없고, 충동적이고, 위태롭고, 무질서하다. 젊음은 과대평가된다고는 하지만, 난 젊기에 기꺼이 과대평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p109. 그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사랑하는 거죠. 내가 사랑하는 건 그 상대가 아니라 나예요. 내가 사랑의 이유가 되는 겁니다...... 결국 외로움이 시작인 것이고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 사랑을 한다는 겁니다.

    내가 항상 하던 고민이다. 그래서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이상하게 정이 떨어졌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그 사람 머리 속에서 상상한 내 모습을 좋아한다는 건지, 내가 그 모습에 맞춰주길 바라는 건지, 나를 소유하고 싶다는 건지. 그 감정의 뿌리는 내가 아니고 결국 자신일 것을 알기에, 언젠가는 내게 흥미가 식을 텐데. 하는 온갖 걱정들. 그럼 외로워지는 건 나일텐데 싶은 이기적인 마음들.

    p115. 시릴 코널 리가 저널리즘은 한 번만 고민하는 것이요 문학은 다시 보는 것으로 정의한 데 따르면, 통조림은 저널리즘적(액체를 담은, 한번 쓰고 버릴 용기)이었다가, 워홀이 액자에 넣음으로써 문학 반열(벽에 진열하고 반복해서 관람하는 것)로 격상된 셈이었다. ...... 워호링 통조림에 했던 발견을 자신에게 해주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워홀은 ‘너 대단히 예쁘다’라고 끌어서 액자 속에 걸어 놓아줬어요.

    나는 예쁘다는 말에 굉장히 약하다. 누군가는 그냥 예쁘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사소한 이유들로 예쁘다고 해준다. 젓가락질을 바르게 한다든지, 발표를 잘한다든지, 손이 가지런하다든지. 내가 고마웠 것은 그 애가 다른 누구도 주목해주지 않았던 어떤 부분을 주목해주거나 다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진가를 알아줬기 때문일거다.

    p118. 우리의 판단은 바깥에서 온다는 것입니다.

    광고의 기본이자, 삶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외 준비를 하면서 비슷한 글을 보았다. 내리는 결론은 모순적이게도 저 문장과는 반대다. 어떤 사람이 내가 옳다고 하거나 그르다고 하면, 그 어떤 사람이 옳은 사람인지 그른 사람인지 파악을 해야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옳은 사람인지 그른 사람인지 파악을 하려면 내가 먼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해야한다. 그래서 끝없는 순환논리에 빠진다는거다. 왠지 이 글이 떠올랐다.

    p149. 자연은 한 번도 예술을 동경한 적 없다.

    예술의 모태인 자연은 예술을 동경하지 않지만, 영화의 모태인 인간은 영화를 동경한다. 동시에 영화는 인간성을 동경한다. 신기하다.

    ‘해질녘 서편 하늘을 물들이는 장엄한 노을 앞에 섰거나, 한밤중 아득한 천공에서 무수히 쏟아져내리는 별무리의 합창을 들을 때, 혹은 동틀녘 세상 끝까지 퍼져나가는 황금빛 햇살의 광휘를 온몸에 맞으면서, 어느 누가 감히 예술을 논하겠는가.’

    p153.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묘비명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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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153의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말을 보았을 때 가장 마음을 울리는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다람쥐가 쳇바퀴를 굴리듯이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집-운동 등... 이런 큰 틀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종강에 가보지 못한 나라를 가보려는 생각을 합니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교수학습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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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도끼다가 벌써 나온 지 10년이 되었군요.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어 독서 수행 평가로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때 수행평가를 위해 대충 읽어서 그런지 지금은 \'책은 도끼다\'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네요 ㅎㅎ 그것과는 별개로 ㅁㅈ님의 서평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이 떨어진다고 하셨는데, 저 또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공감이 갔습니다. 어차피 나는 그 사람이 생각하는 나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이 아니니 언젠가는 실망하게 될 건데 굳이 사귀면서 고난과 역경까지 겪어야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혼자서 철벽을 치고 거리를 두게 되었던 것 같아요. ㅁㅈ님에게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라는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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