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출판 문예출판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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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이게 왜 그 시절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굉장히 파격적인 소설인 것은 맞지만 고전이라고 추앙받을 정도의 것이냐고 한다면, 글쎄다. 가장 악랄하다고 불리는 미국 범죄자들의 가방 속에서 나온 책이라서 그런가. 유명한 걸로 유명한 책인 것 같다. 내겐 그저 멋모르는 청소년판 인간 실격으로 여겨졌다. 심통난 사춘기 청소년이 결국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이 결말이 참 마음에 든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꿈꾼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호밀밭에서 아이들로 대표되는 순수함을 지키려는 꿈은 이상적인 허상일 뿐이다. 이 책에 관련해서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원제는 <The Catcher in the Rye>이다. Catcher를 파수꾼으로 번역했지만 말 그대로 호밀밭 바깥으로 떨어지는 아이들을 ‘잡는’ 역할 인거다. ‘Holden’이라는 이름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이런 부분은 흥미롭다. p121.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자는 바로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여자다. 나도 그랬어야 했는데. 그래서 내 연애의 끝은 이런가보다.

    p130. 저런 백치같은 것들이 나를 굉장하다고 인정할 때 나는 그들을 증오하리라. 그들이 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싫다.
    내가 어릴 때 항상 똑같은 생각을 했다. 위선과 교만과 아집에 가득 찬 거다. 지금은 어떤 형태의 관심도 좋다.

    p182. 그러나 이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것이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보다 책이 좋을 때가 있다. 사람은 너무나도 가변적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가변적이기 때문에, 언제나 그대로인 책을 읽을 때 마다 감상이 변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p199. 대학에 간 다음에는 멋진 곳에 갈 수 없어진다고 말했어. 사정이 판이하게 달라질 거라고. 우리는 여행 가방 같은 걸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거야. 나는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벌고, 회사에 출근하고, 신문을 읽든지 밤낮 브리지 놀이를 하든지.......
    이래서 교대에 오기 싫었다. 틀에 박힌 일상을 영위하며 사는 게 싫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느냐. 이미 와서 절반을 해낸걸. 차선의 길을 찾아보면 된다.

    p255. 사람들은 실제적인 것을 실제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거든.
    홀든이 말하는 실제적인 것이란, 사랑과 정의와 같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준 어떠한 것들일 것이다. 사랑을 할 때도 그 사랑을 항상 확인받고 싶어했다. 내겐 실재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아서.

    p276. 지금 네가 뛰어들고 있는 타락은 일종의 특수한 타락인데, 그건 무서운 거다. 타락해가는 인간에게는 감촉할 수 있다든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본인은 자꾸 타락해가기만 할 뿐이야.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밑바닥에 있고, 고개를 들어보니 우물의 입구가 까마득하게 올려다보이면 어떨까. 사실 지금 기분이 그렇다. 내 잘못이 아닌 걸 아는데 자책하고 자기혐오만 가득하다. 적당히 해야하는데. 내가 나 스스로를 타락으로 끌고 가는 기분이다.

    p277.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앞 말은 잘 알겠다. 지금 내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숙한 인간은 왜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걸까. 너무 성숙해서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고 주류에 편승하기 때문일까? 성숙해져서, 아는 게 많아져서 별 게 다 겁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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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인 또한 왜 미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책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섬세한 묘사와 표현이 인상적이긴 하나 그 이상의 감동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없었다. 다만 방황하는 청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한 서술은 조금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