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와 딸을 거쳐 내려오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딸은 대개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역시나 책에서도 그런 관계를 다루고 있다. 딸이라면 한 번 쯤은 느껴봤을 법한 감정들을 얘기하는데, 자극적인 내용 없이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일들로 이야기를 구성해서 내 주위 사람의 인생사를 글로 읽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는데 누구보다 끈끈한 관계로 맺어지는 천륜이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어디있으며, 나보다 소중히 여기는 자식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엔 여러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서 마냥 책이 반갑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회의적이었다. 사실 살다 보면 주위에서는 이러한 관계에 회의적이라기보다는 ‘그래도 가족인데,’ 라는 생각을 더 많이 듣게 된다. 하물며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 책에서는 그러한 일종의 체념이나 수용의 태도 대신 자신의 부모, 그 부모의 부모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면서 힘든 일이 닥쳤을 때 꺾이지 않고 다시 제자리도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해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생기겠지만 다치거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보듬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의 전개는 작가의 물 머금은 듯한 명도에 내 경험으로 암도를 높여가는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