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허영심, 공명심... 허울에 불과했다. 꼬인 혀로 영화 없이는 살 수 없어, 영화는 정말 절실해, 같은 말들을 하는 사라믈 속에서 나는 제대로 풀리지 않는 욕마으이 비린내를 맡았다. 내 욕망이 그들보다 더 컸으면 컸지 결코 더 작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이 일이 절실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했다.'
항상 꿈을 선택하는 기로에 놓일 때면 끝없는 고민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을 때와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했을 때. 내 경우에는 두 가지가 양립 불가능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면 내가 내 손으로 꿈을 놓았다는 자괴감이 나를 덮친다. 반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다면 안정적인 미래를 포기한데다가, 항상 존재하는 '나보다 잘난 사람'에 대한 자격지심에 허우적댈 것이다. 그래서 재능도 없는 꿈에 매달리는 소유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리고 가면을 쓰고서 결국 꿈을 포기한 쇼코의 모습도 내 모습 같아서 읽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소유가 증오할수록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말을 했다. 어떤 일에 아예 무관심하면 증오라는 감정이 생기지 않을텐데 결국 어떤 것에 집착을 해서 그게 증오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니까 감정의 수렁에서 발버둥쳤을 쇼코와 소유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지는 단편 <씬짜오, 씬짜오>에서도 쇼코와 소유의 관계의 연장선상에 놓인 듯한 말들이 나온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 마다 누가 남는 쪽이고 누가 떠나는 쪽인지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누군가이며, 떠나고 남는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하는 상대를 보면 아파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며 안도를 하고, 비겁하게도 상처를 받기 싫어 먼저 상대를 찌른다. 끝내 모두가 상처받는 걸 알면서도 관계를 시작한다. 쇼코와 소유의 관계에서 싸움을 피하려다 무너진 피해자들은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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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출판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