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편의 시가 나오고, 그 뒤에는 작가가 이 시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자신의 생각, 시의 저자에 대한 정보 등이 나오는 책이다. 저자가 엄선한 여러 시를 한 책으로 접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배경지식까지 알 수 있어서 시 입문자들에게 너무나도 좋은 책이다.
라이너 쿤체의 두 사람, 잘랄루딘 루이의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엘라휠러 윌콕스의 고독 등 여러 유명한 시인들의 시가 실려져 있고, 그 중 내가 뽑은 몇가지 시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사막 / 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꽤나 유명한 시라 몇 번 접해봤던 시이다.
외로움에 대해 적나라하게, 너무나도 잘 표현한 시라 극찬받는 시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너무도'라는 표현이 자신이 느꼈던 외로움의 방대함에 대해 표현해내지 못한다며
이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못할 수도 / 제인 케니언
건강한 다리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개를 데리고 언덕 위 자작나무 숲으로 갔다
오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누웠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은촛대가 놓인 식탁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벽에 그림이 걸린 방에서 잠을 자고
오늘 같은 내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느 날인가는
그렇게 못하게 되리라는 걸
-저자는 19세 연상의 남편을 만나 20년을 살고, 시인으로서 정점에 이르렀을 때 백혈병으로 48세의 이른 나이에 삶을 접었다. 죽기 일년 전에 쓴 시가 바로 이 <그렇게 못할 수도>였다고 한다.
이 시를 접하고 나서는, 아침에 종종 이 시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 평범한 일상들이 소중한 기억들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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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납치하다 출판 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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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텅스 블루의 사막이라는 시는 처음 보는 시인데도 제 심금을 울리네요.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기 위해 뒷걸음질쳤다는 표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정작 자신은 너무도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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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문학을 좋아해서 소개해 주신 시들을 전부 읽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를 읽으면서 제 식견으로는 전부 이해가 되지 않는 시라던가, 그 이상을 보고 싶을 때는 막막했는데 이런 좋은 책이 있어서 저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시를 될 수 있는대로 음미하면서 해석했다가 내가 느낀 게 작가의 감정과 일치하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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