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읽다.
내용도 모르고 그냥 베스트셀러라 집어들게 된 책이지만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참 많이 배웠던 책이었다.
아 책은 소년원이라는 공간에서 국어수업을 진행하셨던 국어선생님의 이야기이다. 어디서도 환대받지 못했던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이러한 아이들에게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게 되었고, 여러번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수업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는 선생님을 보며 교사의 역할에 대해, 나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이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구절을 핸드폰에 적어놓곤 하는데, 몇 개의 구절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자신이 주체로 활동하는 경험은, 나도 타인도 소외시키지 않는 연습이다. 사람의 온기를 느기는 연습이다. 이런 연습이 막 쌓이면 삶에서 적어도 나를 소외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막 살지 않을 것 같다. 길 밖으로 떨어지더라도 자신을 돌보며 다시 삶의 길 위에 올라서게 되지 않을까. 두 다리에 힘 주고 걸어가게 되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세상에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누구나 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경험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소외시키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야기 속 아이들은, 이미 자신이 주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이 아이들은 세상의 주체가 되지 못할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통해 들여다본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담당 교사나 직원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아이들이었지만 적어도 남을 생각할 줄 알며, 고마움을 알았고, 또 미안함도 아는 친구들이었다. '이런 곳'에서 선생님을 만난 것을 안타까워할 줄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너희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누구에게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런 곳'에서 삶의 모든 것을 통제받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이 말이 힘이 되고 응원이 되었을까?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에 대해 알려주는 교사가 되고 싶어졌다.
"명구는 2년만에 세상으로 나가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오지 않았다."
-이 문장을 읽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물론 어떠한 이유가 있었기에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었겠지만, 2년만에 세상으로 나가는 그 순간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명구를 얼마나 좌절시켰을까? 애써 마음을 다잡고 '다시는 옛날으로 돌아가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겠지만, 세상으로 내딛는 첫 걸음에 옆에 아무런 사람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또 넘어지진 않았을까?
"인상 깊은 문장을 쓰는 것은 마음을 들키는 결정적인 방법이다. 마음의 맨살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몇 글자 안되는 문장에 마음이 뻐근하다"
-사람을 파악하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이 사람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문장을 좋아하는지, 어떤 구절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아는 것이다. 그 책과, 문장과, 구절을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아이들에게 이런 책에 대해 알려주고, 또 선생님이 제시하는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마냥 예뻐보이기만 했다.
"세상이 너를 많이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이 문장은 이 책의 주제 문장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느낌 또한 동일했다. 세상이 아이들을 많이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범죄자를 옹호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접해본 아이들은 적어도 자신의 잘못을 알고, 바뀌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수업을 통해 변화가 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소년원에서 나온 아이들의 재범률이 높은 이유를 감히 예상해보자면, 마음을 다잡고 소년원을 나와도 이미 사람들은 '쟤가 소년원에 갔다온 애라며?'라고 이야기하며 그들을 넘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편견을 가지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어쩌면 나도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번 더 이야기하고 싶다. 세상이 너를 많이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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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출판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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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체로 활동하는 경험은 나도 타인도 소외시키지 않는 연습이다. 사람의 온기를 느기는 연습이다. 이런 연습이 막 쌓이면 삶에서 적어도 나를 소외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막 살지 않을 것 같다. 길 밖으로 떨어지더라도 자신을 돌보며 다시 삶의 길 위에 올라서게 되지 않을까. 두 다리에 힘 주고 걸어가게 되지 않을까 라는 말이 마음에 너무 와닿아요. 삶에서 나를 소외시키지 않도록, 그리고 타인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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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변화의 가능성이 높은 희망들입니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소년원에 갈 수는 있더라도, 사람들이 삐뚤어진 시선으로 그들을 계속해서 본다면 그들은 영원히 소년원에 갔다온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것입니다.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선생님의 이야기.. 정말 궁금합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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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읽으면서 이 생각났어요. 이 영화에서는 말씀해주신 아이와 마찬가지로 누구도 반기지 않아 결국 자살을 택하는 노인이 나옵니다. 범죄를 미화하거나, 범죄자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장면을 보고 굉장히 마음이 쓰였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저도 조만간 이 책을 읽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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