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누구나 알지만, 유명한 만큼 막상 읽어지지는 않는 책이다. ‘무인도 탈출’이라는 주제가 이미 많은 곳에서 쓰여서, 왠지 그 단순한 주제 이상의 무언가가 기대되지 않아서일까.
예상 외로 이 책은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상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들보다, 위기에 놓인 인간의 마음과 그 변화, 종교에 대한 깊은 성찰이 많은 내용을 차지한다. 이 책의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일상에서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반성하며 사는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상황 속에서, 누구나 위기에 처하고, 절망할 때도 있으며, 고통에 적응을 하기도,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또한 도저히 내 의지로는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이런 우리 삶의 모습은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의 모습과 닮아있다. 어쩌면 우리도 각자 외로운 섬에 떨어져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애쓰고 있지 않은가?
삼백년 전에 쓰인 이 소설이 이 시대의 우리에게도 감동을 주는 이유는, 고통을 겪고, 극복하고, 때론 종교에 의지하는 모습이 모든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로빈슨 크루소가 정작 무인도에서 뭘 먹고, 어디서 자는지, 어떻게 탈출하는지는 그리 기억에 남지도, 중요한 내용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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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을유세계문학전집 5)(양장본 HardCover) 출판 을유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