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동안 '홀딩, 턴'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한참 생각해보았다. 책을 끝까지 읽은 후에야 표지를 다시 보니, 남자와 여자가 발을 맞추고 있는 그림이 눈에 띄었다. 그 그림에 제목이 가진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홀딩'과 '턴'은 스윙 댄스에서 쓰이는 단어다. '홀딩'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는 것, '턴'은 각자 춤을 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스윙 댄스 동호회에서 만난 주인공 영진과 지원의 특별할 것 없는 사랑의 시작과 끝을 암시하는 단어가 된다. 토요일 오후 연습실에서 만나 같이 춤을 추고 연인이 되어 결혼을 한 두 사람이, 이제는 토요일에 만나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내게 이상스럽게 혼란을 주었다. 작가의 문장처럼, 인생이란 정말 얼마나 이상한가, 얼마나 알 수 없는 일인가.
- 주위 사람들의 시선, 카페 안에 흐르던 음악과 숨, 그들을 둘러싼 것들이 모두 지워지는 기분이었다. 둘만 남고 둘만 보일 때 세계에서 분리된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사랑한다는 고백뿐일 것이다.
-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한데, 함께 살 수 없는 이유는 구질구질하게 길었다.
-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유를 한 데 묶어 성격 차이라고 명명하는 것 같았다.
-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얻는 기간은 끝났다. 슬쩍 풀어지는 기분으로 서로의 감정에 기대기엔 이미 많이 속았고 배반당했다.
- 언제부터 존댓말로 바뀌었는지. 지원 씨가 지원아, 자기야, 너,가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존댓말이 반말로 바뀌는 것을 막고 싶었다. 결국 지금과 똑같은 결과를 맞게 된다고 할지라도.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정한 존댓말을 주고받던 때로.
이 책은 영진과 지원으로 하여금 우리를 타인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왜 우리는 때때로 타인을 우리가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하길 바라는가.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타인에게 익숙해지면서 그 사실을 잊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타인을 바꿀 수 없다. 따라서 타인이 변화하길 바라는 것은 우리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타인에게 익숙해지는 일은 위험을 내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고 있는 본인들에게만큼은 자신들의 사랑이 몹시 특별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게 특별한 사랑도 지나고 보면 모두 타인의 그것과 비슷하다. 특별한 사람이나 특별한 사랑 같은 건 없다. 어떤 사람도, 사랑도 평범한 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평범함이 그 자체로 소중히 여겨질 때, 우리는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 책은 우리가 평범한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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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딩, 턴(양장본 HardCover) 출판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