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수록 불쾌하고 눈살이 찌푸려진 적이 있는가?
인간 실격,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묘한 불쾌감에 계속 휩싸였다. 인간이 이토록 나약할 수 있을까? 자신의 두려움으로 인해,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점점 추한 끝과 파멸로 나아가는 주인공 요조를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책은 1948년에 세상을 떠난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 요조의 일생을 담고 있으며 1인칭 시점에서 과거를 회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주인공의 감정을 필터 없이 적나라하게 마주할 수 있었고, 나의 감정이 주인공의 상황에 고스란히 소모되는 경험을 했다.
요즘 정보화, 개인주의, 초고도 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개인의 행복에 주목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말은 표어처럼 굳어졌고, 실제로 사람들은 나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열심히 자기계발에 몰두하기도 한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많은 영상들과 책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인 자아 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의 이러한 감성을 반영해서 이 책을 바라본다면, 도무지 주인공의 행태가 이해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대체 왜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까? 그런데도 인간의 이기심에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의 비위를 하나하나 맞추려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광대로 전락시키다니. 왜 본인의 무력함과 나약함을 계속해서 극복하려고 하지 않을까? 왜 결국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약물에 의존하게 된 것일까. 어째서 인간 ‘실격’이 되어버린 것일까.
주인공의 삶을 읽으면서 긍정적인 자아상을 추구하는 현재 우리 사회의 이면이 떠올랐다. 근래에 공인들의 자살 소식이 유난히 많이 보도되었다. 비극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모두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세상의 평범한 한 인간으로 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어려운 일이라는 걸, 주인공 요조를 보며 느끼게 되었다. 때로는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보는 것이 필요하다. 불쾌하고 눈살이 찌푸려지더라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으로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인간을 이해하고 위로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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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비주얼 클래식(Visual Classic)) 출판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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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본 문학에 관심이 생기게 되어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에요~ 감정소모가 심하다는 소문을 들어서 막상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이 글을 보니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불쾌하고 추한 면도 우리 삶의 일부이고, 인간을 이해하고 위로하기 위해 이러한 이면을 들춰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참 와닿았습니다. 주인공 요조는 작가 다사이 오사무를 모델로 한 인물이었다고 하던데 소설만큼 불행했던 작가의 인생도 궁금해지네요...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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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도서관에서 \'인간실격\' 이라는 다소 시니컬한 제목을 보고 반해서 빌렸다가 끝내 완독하지 못했던 기억이 나요~ 최근에 다시 책을 펴서 제 3자의 입장에서 \'이건 책일 뿐이다\' 하고 읽었는데 문학 작품 특성상 주인공에게 몰입되어서 읽고나면 한동안 멍해지더라구요. 인간의 감정이나 욕망, 요조가 타락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서평에 적으신 인간으로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어두운 이면을 들춰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되네요 ... 서평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책이 할 말은 많은데 섣불리 표현하기에 어려운 책이었는데 루이보스님의 서평을 보니 대리 만족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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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보면서 가장 읽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먼저 리뷰의 서두가 정말 눈길을 끌어요. 이때까지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책을 읽으며 불쾌했던 적은 없었거든요. 그렇기에 루이보스님이 설명한 책의 내용은 정말 관심이 쏠려요. 인간은 너무 사실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으면 오히려 그것을 회피하려 한다고 해요. 그렇지만 저도 이 책이 우리 인간의 본성을 어디까지 보여주고 있는지, 그리고 \'인간 실격\'의 기준은 무엇일지 참 호기심이 가네요. 다음에 도서관을 갈 때 빌려봐야겠어요. 좋은 책 리뷰 감사합니다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