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디자인과 색감을 보자마자 반했던 책이기도 하고, 이미 유명한 책이라 한번 쯤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습니다. 저는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책의 앞부분을 읽었을 때 ‘재미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따뜻함과 편안함 덕에 어느새 책의 중간부분을 읽고 있더라구요. ‘언어의 온도’는 언어의 따뜻함과 중요성, 여러 깨달음을 준 책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에피소드는 “우주만한 사연”(60p)입니다.
요약하자면, 덜컹거리는 기차 안, 한 중년 사내는 창밖을 바라보며 “여보, 들판은 초록빛이네!”라고 말합니다.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맞아요. 제대로 봤네요, 여보!”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와, 태양은 불덩어리 같고 구름은 하얗고 하늘은 파랗고...” 남편이 말합니다. 이를 본 승객들은 아내에게 “남편 좀 병원에 데려가요.”라며 사내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여기며 웅성거렸습니다. 이에 대해 아내는 덤덤히 대답합니다.
“사실 제 남편은 어린 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었어요. 최근에 각막을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받았고 오늘 퇴원하는 길이랍니다. 이 세상 모든 풍경이, 풀 한포기가, 햇살 한 줌이 남편에겐 경이로움 그 자체일 겁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도통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며 비난하곤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행동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그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잘 알지 못하면서, 누군가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