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말을 하면 안돼!
->그럼 혐오표현을 쓰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길에서 담배를 피면 안되지!
->이건 흡연자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자유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늘 마주하는 딜레마가 있다. 바로 자유를 어느 범위까지 어떻게 허용해야 하는가이다. 고등학교 때 윤리 교과서에 나온 ‘무관용을 관용해야하는가’라는 주제로 꽤 오래 고민을 했던 나로서는 늘 궁금증이 남았던 부분이었다.
책에 따르면 자유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개별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 여기서 앞과 뒤 어구는 각각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고싶은 모든것을 하는' 행위로서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한다. 앞에서 말한 혐오 표현, 길에서 담배를 피는 행위 등은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나는 마약이 범죄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마약 복용으로 체포된 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한 프랑스의 작가 사강처럼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데 스스로를 파괴할 자유를 주면 안되는 것인가? 밀은 책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더라고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잠재적으로 해로운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의 경우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우리는 모두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하고 생각할 자유가 있다. 이러한 권리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로 나타난다. 아무리 환영받지 않는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다수에 의해 억압받을 수 없다. 오류가 있는 주장일지라도 토론 과정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도구로 효용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의견은 진위, 가치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사실 지금은 별로 감흥없이 다가오는 주장이다. 현대사회에서 숨쉬듯 당연해진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나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도 소중하다"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고 법으로 보장받는 이러한 생각의 기저에는 몇백년 전 밀이 자유론에서 주창한 내용이 깔려있는 것이다. 밀의 주장은 세기를 넘어 현대 사회까지 살아남아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자유공동체의 근간이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자유에 대한 방대한 논의를 이해하기 쉽게 썼다는 데에 있다.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문장 등 불친절한 서술 때문에 읽기 힘든 다른 철학서와 다르게 자유론은 간결하고 명쾌하다. 분량도 200p 가량으로 짧은 편이다. 훌륭한 글은 읽기 쉬우면서도 내용이 충실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밀은 탁월한 사상가임과 동시에 탁월한 문장가이기도 한 것 같다. 자유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그 결과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자유 하면 개인의 자유가 생각나서 그런지 왠지 개인주의적일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결과 자유로운 공동체는 그 어디보다 개인이 서로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는 곳이란 느낌을 받았다. 모두가 다른 의견을 갖고 있고, 그 의견을 존중하되 끊임없이 토론하면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상에서 '공감이 안된다'라는 핑계로 타인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무시한 적이 없었나 반성하게 되었다. 어느순간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가까이 하고 옳게 여기는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유론은 내게 인상깊게 다가온 책이다. 진정한 의미의 자유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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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출판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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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에 대한 서평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 고등학교때 읽으려고 하다가 중간에 다 못읽은 기억이 있는 책이네요! 자유의 허용 범위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는 것은 정말 오래 생각해볼만한 기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책토끼님은 \'무관용을 관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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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합니다~ 저는 원래 무관용을 관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어떠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입장을 관용하지 않는 것 역시 그 사람의 자유니까요.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관용은 이해나 동의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러한 의견을 지닐 권리를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관용은 자유와 대치되는 개념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관용을 인정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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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참으로 매력적인 분야인 것 같아요. 때로는 늪에 빠져 사고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늘 사유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그리고 사유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고, 저희에게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책토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