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SNS나 커뮤니티로 소통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이라는 석방을 기다린다.” 라고.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12년간 다녀본 성인이라면 이 문장을 대부분 유머로 받아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끝났으니까...!)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그 시간이 교도소에서 징역을 사는 것 같은 기억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교육 제도 전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이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학교 공간은 왜 변해야 하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 책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내기 전까지 나는 저 두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학교의 주인은 당연히 학생이고, 학교 공간은 당연히 학생 중심으로 변해야죠!’ 라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당장 내가 실습을 다녀온 학교만 하더라도 ‘그렇다’ 말할 수 없는 곳이었고, 나 또한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학교는 온통 네모이다. 교실도 책상도 의자도 칠판도 모두 네모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실 구조가 똑같다. 전국 어디에 가더라도 대부분 학교의 모습은 동일하다. 물론 그렇게 운영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이 다 똑같으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개성을 강조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공간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가장 별 것이다.
이 책은 건축 교육가, 놀이터 디자이너, 교사, 교장, 교육정책관, 건축학과 교수 총 6인의 생각을 모아 만든 책이다. 학교 공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통해서 내 생각을 돌이켜 볼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예시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선언적으로 “학교는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고리타분한 책도 아니다. 진짜 변하고 있는 학교 현장들을 컬러 사진으로 보고 있으면 여기가 정말 우리나라가 맞는지 확인하게 된다.
또한 막연히 ‘학교’ 하면 ‘미래의 나의 일터’ 정도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은 그런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날 기회를 준다. 사실 초등 예비 교원이 되기 위해 교대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수업’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동기부여를 할 것이며,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날 수 있게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걸 위해 이 4년을 배우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강의에서도 학교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마치 교사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도, 이 책에서도 학교 공간 혁신을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역설한다. 아직까지 학교 공간 혁신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 교육청에서 공간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실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을 수 없는데, 학생과 교사가 그 주체가 되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이 지내는 이 학교 공간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교육관과 소신이 있어야 하는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깨달은 바이다. 물론 나도 정답은 알 수 없고 이 책도 정답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 공간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는 점, 그 공간을 바꿔나갈 의무가 있는 것은 교사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교대에서 듣는 강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그 고민의 시작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나도 이 책을 읽고부터는 학교 강의 외로 교육 전반에 대한 책을 읽고 고민해야 겠다는 다짐을 했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도 그런 따뜻한 고민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 마음에 드는 구절들
“아이들을 위한 학교 공간을 만든다고 하면 건축 의뢰인은 어린이가 될 것인데, 교사는 여기서 그 어떤 외부의 전문가들도 해 줄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건축가가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아이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들과 함께 지내는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학교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모습과 아이들의 삶이 학교 공간에 어떻게 담겼으면 하는지에 관한 교사의 이야기는 건축가가 공간을 구상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아이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활동하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는 건축가보다 교실 안의 선생님일 것이다.”
“요즘 학교를 두고 그 모습이 근대 감옥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푸코의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지만, 나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살아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살아 있을 것인가?’이다. 교사와 학생들의 주 생활 공간인 학교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 것인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후 나의 교직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새롭게 다시 보며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학교가 아이들의 생활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학교의 공간들을 새롭게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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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출판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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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공간자체에 대해서 주목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특히 \"교사와 학생들의 주생활공간인 학교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낼것인가\"라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기억속의 초등학교는 회색의 미로같은 느낌이었는데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중요시되는 요즘 현실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의 정서를 위해서라도 초등교실이 좀더 기존의 일관적인 구조에서 탈피해야 할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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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을 읽고 나서 예전에 본 다큐가 떠올랐습니다. 기존의 학교의 모습과는 매우 다른 모습의 자연, 학생중심적인 학교가 소개되었던 다큐였습니다. 이 학교는 초등학생들이 자신들의 에너지와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게 건축되었는데, 학생들의 학습 집중도나 학교 선호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이를 보며 과연 기존의 학교의 모습이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곳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공간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합니다. 교사로서 학교공간혁신에 역할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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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수업, 좋은 교사에 대한 생각만 했을 뿐 좋은 교실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네모난 책상, 딱딱한 의자로 일정한 교실에서 벗어난 교실의 모습을 생각하여 더 나은 학습이 이루어짐을 도울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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