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나의 기대 때문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늘 굉장히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기대였다. 책을 멀리했던 시간이 길었기에 조금이라도 재미없거나 어려운 책을 읽었다가는 다시 책을 멀리할 것만 같아서 ‘돌아온 초보’라는 핑계로 쉬운 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굉장히 개인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나는 예전부터 히가시노 게이고를 정말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어쩜 지치지도 않고 평균 이상의 작품들을 이렇게 쏟아낼 수 있는지. 작가는 사건 사고에 매번 휘말리는 ‘명탐정 코난’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까지 생각할 지경이었다. 워낙 이 작가의 작품을 자주 접했던 기억이 있어서 읽을 때마다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개를 예측할 수 없고 또 끝이 나보면 모두 다른 감상을 주곤 했다. <11문자 살인사건>도 일본의 대표 다작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하나로서 처음에는 ‘역사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군. 비슷한 느낌이야.’라고 되뇌게 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주는 느낌이었을 뿐인 것 같다. 왜냐하면 끝날 때까지 범인을 예상하지도, 트릭을 알아채지도 못했으니까.
이 소설은 주인공이 사랑하던 남자가 살해당하면서 시작된다. 살해당한 것도 충격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살인사건에도 또 다른 배후 사건이 있음을 알게 된다. 기자이기에 있는 직업병일 수도 있지만, 거의 형사급으로 수사를 해 나가는 우리의 주인공.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일 수 있지만,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도록 전개해 나간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그 좋아하던 유튜브마저 잠시 내려놓고 책에 매달렸던 것 같다. 책을 읽어 나간다는 성취감도 물론 있었겠지만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몰입하면서 독서를 하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또 읽고 싶어졌다. 더 재밌는 책이 많을 것만 같았다. 책을 읽고 난 감상이 이런 걸 보면, 처음에 내가 이 책을 고르면서 목표로 했던 ‘독서의 재미찾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나와 같이 책을 한동안 멀리해서 소원해졌지만, 이제는 화해하고 다시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설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그 중에서도 <11문자 살인사건>은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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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양장본 HardCover) 출판 알에이치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