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시집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인의 언어와 독자의 언어가 얼마나 중첩하는가 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언어'란 어휘의 선택부터 어미의 처리, 문장의 길고 짧음, 호흡,
행과 연의 배치 등 다양한 내용적, 형식적 차원을 포함하여 구체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인의 언어와 독자의 언어가 많은 교집합을 가질수록
읽기 편하고 쉬운 시가 되며, 쉬운 시는 곧 그 사람에게 좋은 시가 된다.
이 시집은 담백하다. 난해한 상징으로 덧칠하지도 않고,
현학적인 비유로 주목을 바라지도 않는 것 같다.
대개는 직관적인 묘사로 시상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진다.
마치 흰 쌀밥 같다. 누군가는 흰 쌀밥을 꼭꼭 씹어 숨은 단 맛을
찾을 수 있겠으나, 또 누군가는 굳이 다채로운 식단에서 흰 쌀밥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 같다.
편독을 해야 한다면, 시집에서 시인이 시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
시인이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
이렇게 두 편이 기억에 남는데, 이 부분을 읽어보길 권한다.
-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출판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