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의 작품이다. ‘관객모독’이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지만, 그것을 읽기 전에 먼저 이 소설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이 소설은 그의 소설의 기반이 되는 사상들을 아주 날것의 형태로 말하고 있다.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의 다른 소설에 비해 이해하기도 수월하다.
정체성을 상실한 주인공의 불안을 소설에서 다루고 있으며 이에대한 묘사가 적나라 하면서 마음에 와닿는다. 한때 잘 나가던 골키퍼였던 주인공이 공사장 인부로, 실직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다. ‘존재의 소외로 인해 불안하다’라는 심리 상태를 이렇게 날카롭고 치밀하게 소설 전체로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체성이 상실되고 사회에서 소외당한 주인공은 살인이라는 파멸적인 행동을 자행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 사회를 향한 강력한 메세지 또한 담고 있다. 모든 인간이 각자 고유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첫번째, 과거가 아닌 현재에 사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은 묻어두고 후회와 미련 없이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두번째는 소통이다. 한트케는 소통의 중요성을 소설에서 암시하고 있다. 주인공은 소설 속에서 자신의 할 말만 하거나 무의미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는 분열적인 단어의 나열로 이어지고 주인공의 소외를 초래한다. 상대방과 진정으로 교감하는 쌍방향적인 소통이 정체성을 회복하고 사회에 어우러지는 열쇠라 생각한다.
낯선 형식과 언어사용을 가지고 있는 이 소설을 읽으면 새로움을 느끼며 근본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방인’, ‘포스트 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라는 소설이 이 소설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플롯이 중심이기 보다는 주인공의 심리와 언어에 중심을 두었다. 따라서 두 소설을 먼저 읽어보고 이 소설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 소설을 읽은 후에는 ‘관객모독’을 읽어 보면 작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
불로흐는 옆에 있는 다른 관객들도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을 보았다. 매번 그는 말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게 아니라 듣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판매업자에게 경기를 관람 할 때 공격하는 시점에서 처음부터 공격수는 쳐다보지 않고 그가 향하는 골문에 선 골키퍼를 주목해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부담을 주는 개별적인 것들은 그들의 외형과 그들이 속해 있는 환경을 보기 흉하게 일그러뜨렸다. 개별적인 것들을 하나씩 이름으로 불러 보고 이 명칭들을 외형에 대한 욕설로 바꿔 봄으로써 그렇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계산대 뒤의 주인은 아이스크림 컵으로 부를 수 있고, 여종업원은 귓불이 뚫린 상처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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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세계문학전집 233) 출판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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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해서 끌리게 되는 책이네요. 책을 읽기 앞서 어떤 책을 먼저 읽으면 좀 더 작가의 사상에 대해 알 수 있을지 안내해주시는 친절한 서평 감사합니다. 추천해주신대로 이방인과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읽어본 후에 읽어보려고 해요. 확실히 인상깊은 구절로 적어주신 부분들을 읽어보니 독자친화적인 내용으로 이해하기 쉽게 적힌 내용이 아니라 책을 읽어가면서 고민하고 무슨 의도일지 생각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