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포드 신이시여!”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전하게 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어릴 적 과학의 날 그림에서처럼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교통 체증을 해결해주고, 유전자 가위 기술로 좋은 형질만 가진 아기가 태어나고, 줄기세포를 통해 장애가 사라진 미래를 생각했다면, 그것은 올더스 헉슬리가 그린 미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의 책 멋진 신세계에서는 2048년 대전쟁 이후 세계정부가 들어서고, 모든 아기는 인공 수정으로 태어나며, 수정될 때부터 조건에 따라 계급이 나뉘게 된다. 태아 시절부터 조건반사 교육과 수면 암시 교육을 통해 자신의 계급에 의문을 갖지 않게 되고, 그렇게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마치 자동차 부품처럼 사회의 부품이 된다. 사람들은 쾌락성 마약인 소마를 받으며 살아갈 뿐이다. 이 세계는 문명 세계라고 지칭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버나드라는 상위 계급의 사람이 자신의 상사의 치부를 폭로하기 위해 야만인 구역에서 존을 데려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야만인이란 지금 우리 사회와 같이 남녀의 관계를 통해 임신과 출산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모든 아기는 인공수정으로 기계에서 태어나는 사회이기 때문에 문명 세계에서 임신과 출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은 문명 세계로 간 뒤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되고, 레니나라는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던 문학과 낭만으로서의 사랑과 달리 섹스로만 사랑을 나타내려는 레니나, 인륜적인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명 세계의 사람들, 소마에 절여져 생각도, 의문도 없이 살아가는 문명 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황무지로 도망친다. 이후 문명 세계의 것을 악이라고 규정하며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며 살다가, 자신을 찾아온 레니나에게도 죽도록 채찍질을 하고, 결국 목을 매어 자살한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기술의 발달로 편리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을까? 아니면 편리한 삶만 누리고 있을까? 어쩌면 책에서 나온 것처럼 편리함에만 종속되어 인간적인 모습은 하나도 남기지 못한 채 의문을 가지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기술’은 있으나 그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정립된 기술을 토대로 공장에서 찍어 내듯 모든 게 돌아갈 뿐, 생각하고, 질문을 제기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없다. 많은 철학자들이 주장했던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극도로 발달된 과학 기술의 사회. 편리하고 최고로 효율적인 사회지만 인간의 ‘생각하는 본질’을 잃어버린다면 모든 인간적인 모습이 사라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멋진 신세계 출판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