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분이 바로 백석이다. 백석 시인의 시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의 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그가 사랑한 자야가 있다. 그는 자야를 정말 사랑했고 자야도 그를 평생을 다해 사랑했다. 하지만 자야가 기생이라는 이유로 결혼하지 못했고, 남과 북이 갈라져 둘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백석의 시 속에는 자야와 잠깐이나마 함께했던 시간의 추억이 곳곳이 숨겨져 있다. 100억을 줘도 백석 시인의 시 한 줄과 바꿀 수 없다는 자야의 말처럼 백석 시인의 시는 참으로 훌륭하다. 윤동주 시인마저도 동경했던 백석 시인의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우사(膳友辭)
ㅡ함주시초4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 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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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초판본 미니미니북) 출판 더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