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는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두번째 단편인 습지의 사랑과 마지막 단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습지의 사랑이라니, 제목만 들어도 축축한 습지의 안개가 떠오른다. 물가에서 영문 모를 죽음을 맞이한 물(여울)과 숲에서 자신의 죽음을 찾아 헤매는 숲(이영)은 서로를 하나뿐인 친구로 맞이한다. 숲을 개발하여 골프장으로 만들면 숲의 거처가 사라질 거라는 것을 짐작한 물은 관계자를 물에 빠트려 죽인다. 물은 하천이 범람하지 않는 날엔 늘 같은 자리에서, 홍수로 하천이 범람한 날에는 숲의 곁에 가 실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숲도 마찬가지이다. 매번 흙투성이인 발을 이끌고 물을 찾으러 온다.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우정의 가장 높은 단계는 사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다른 방식의 사랑을 보여준 책 <아가미>가 떠오르기도 했다.
마지막 단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결말을 보고서야 그 제목의 함의를 알 수 있게 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정확히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각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손에 칼을 드는 내용이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이 모든 단편집이 사랑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말로 정리됨을 깨닫게 되었다. <초대>는 나를 개조시키려 한 남자친구로부터 나를, <습지의 사랑>은 하나뿐인 말동무를 위해 서로를, 표제작인 <칵테일, 러브, 좀비>는 사랑하는 딸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결국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무기를 든다. 죽임에 망설임은 없다. 사랑이 지속가능한 상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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