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는 단어를 보았을때 더운 공기와 강렬한 태양과 그 아래 푸르게 빛나는 나무들, 상큼한 제철과일들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파란색의 표지와 여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보고 밝고 통통튀는 내용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제목의 포인트는 '여름'이 아니라 '바깥은'에 있다. '바깥'은 에너지가 넘치고 따뜻하고 뜨거운 여름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안' 은 겨울이다. 차갑고, 쓸쓸하고, 외롭고, 추운. 겨울의 삶을 겪고 있거나 혹은 마음속의 겨울을 마주한 인물들의 이야기 7개가 담겨있다.
'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 <풍경의 쓸모> 중-
각 이야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상실이 담겨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기도 하고, 당연한 존재이기에 무신경했던 이가 곁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자식을 잃기도 하고, 내가 알던 상대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마주하며 내가 알던 상대의 모습을 잃기도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상실을 겪으며 고통스럽고 슬프고 아프고 공허하고 허탈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읽고 난 후 밀려오는 먹먹함을 떨쳐내기 힘들다. 그저 소설 속 인물들이 각각의 겨울을 잘 이겨내고 여름이 있는 바깥으로 나오길 바랄 뿐이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을 다룬 <입동>과 그저 '내 아이' 이기에 사랑으로 보듬어 온 아이의 또다른 모습을 마주한 부모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는 <가리는 손> 이 두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