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잠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톡톡 건드리던 발이었다가
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다가
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은
새 녘을 바라보는 기대였다가
잠에 든 것도 잊고
다시 눈을 감는 선잠이었습니다
시집이 아무리 좋다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편의 시를 가져오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기억하기로는 이 시집의 맨 앞에 실린 시였을 것이다.
이 책에 평을 남긴 신형철 평론가가 남긴 문장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닮고 싶은 글을 쓰는 평론가)
이 표현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 표현 때문에, 이 시가 더 생생하게 내 머리나 가슴에 살아 숨쉬기도 한다.
"...서로의 섣부름이었지만, '공평한 미숙함'이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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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출판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