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좋다. 우리가 한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할 수 있어서. 끈적임 없이 산뜻하게 이 사랑을 말할 수 있어서. 너무 크고, 너무 중요하고, 너무 대단한 것들이 나를 무겁게 짓누를 때면 마음속으로 “잠깐 타임!”을 외치고 재빨리 아이스크림에게로 도망친다.”
믿고 보는 하현 작가의 글과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이스크림이 합쳐진 책이라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띵 시리즈와 작가의 SNS에서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매일 손꼽아 기다려 산 책이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차가움과 달콤함, 산뜻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위로가 되어 준다.
실제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머리와 마음을 식히는 동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본 나의 문제들은 대부분 별거 아닌 일들이었으며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큰 시험을 치르거나 학기 말 종강 일이 오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달려가 봉지가 터질 정도로 아이스크림을 사오곤 한다.
걱정이라는 불씨는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그 불은 주변으로 아주 쉽게 옮겨 붙으며 결국에는 대형 화재를 일으키고 만다.
나는 그럴 때마다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하고 자책하고, 머릿속이 터지기 직전까지 곱씹는다.
이러한 나를 위해 나는 입버릇처럼 당시의 나름 심각한 고민을 말하고, 바로 이어서 “빵빠레나 먹어야겠다.”라고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심각한 일도 빵또아나 토마토마, 자두바, 투게더, 더블 비얀코와 같은 아이스크림과 함께 오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복잡하고 무거운 고민과 걱정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작은 위로가 되어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 그 손은 너무나 달콤하고 여유로워서 손을 잡은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과 괴로움을 잊게 만들어 준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먹은 바밤바, 초등학생 때 여름방학식 날 친구들과 먹은 빠삐코, 한여름 밤 가족들과 티비 앞에 둘러앉아 먹은 롯데 팥빙수, 단짝 친구와 주말 오전에 만나 산책하고 먹은 빵또아까지.
지금까지 자라며 먹어온 수많은 아이스크림 덕분에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만날 새로운 아이스크림과, 그들과 함께 먹게 될 추억이 기대가 된다.
-
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 출판 세미콜론
-
아이스크림 하나하나에 나봄님의 추억이 담겨있네요!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이렇게 나만의 소확행을 찾아 기댈 수 있다는 사실은 참 좋은것 같아요 🙂 아이스크림을 주제로 한 책은 처음 본 것 같은데 고민 있는 날 아이스크림을 하나 들고 읽어보고 싶습니다!
-
글이 꼭 막대 아이스크림처럼 귀엽고 산뜻해서 읽는 내내 기분 좋은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저 역시 아이스크림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요! 한때는 스트레스를 달콤한 음식을 먹는 걸로 푸는 게 나쁜 습관이 아닐까 걱정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누가 뭐라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참 건강한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기로 다짐하게 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