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세계의 모든 말 작가 김이슬 출판 카멜북스 나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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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보다 글이 편하고, 친구보다 책과 가까운. 말을 아끼면 내 안에 이야기가 쌓였다.
    그대로 두니 마음이 자꾸 무거워져서 털어내듯 뭔가를 썼다.”

    나는 말수는 적은 편이지만, 글을 쓰라고 하면 그 누구보다 쓰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다.
    말보다는 글로 쓰는 것이 편한데, 내 마음을 전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말로 직접 전하려고 하면 초록 마녀의 저주가 걸린 듯 입이 무거워지고 목소리가 잠기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자주 편지를 쓴다. 가끔은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쓸 때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나 별일 아닌 일에 좌절하는 나를 발견할 때,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일상이 흩어져 가는 것이 아까울 때면 나는 펜을 들고 노트에 편지를 쓴다.
    이 책은 동갑내기 두 작가가 서로에게 쓴 독서 편지를 담은 책이다.
    그들의 ‘세계’는 그 어떤 곳보다 견고하며 솔직하고, 또 다정하고 따뜻하다.
    작가가 편지에 인용한 책의 구절 역시 둘의 우정처럼 포근하고 사랑스러웠다.
    나에게도 단 하나 뿐인 오래된 단짝 친구가 있는데, 우리는 생일이나 특별한 일이 없어도 종종 편지를 주고받곤 하였다.
    그 편지들은 차곡차곡 모여 슬픔의 벼랑 끝으로 몰려 있을 때 나를 구해준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 또는 좌절할 때면 우리는 서로에게 하고 싶었지만 얼굴을 보고 말하기에는 조금 간지러운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진심과 함께 꾹꾹 눌러 손편지로 전한다.

    “너랑 같이 있을 때 나는 마음껏 내가 되고 경솔하게 선명해져. 자꾸자꾸 선명해져서 100퍼센트의 내가 되었을 때, 내 옆의 너 역시 그랬으면 좋겠어.”

    낯을 많이 가리고 속마음을 잘 꺼내지 않는 나는 대부분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공통적인 주제에 대해 말한다.
    그렇지만 나의 하나 뿐인 단짝에게는 나의 고민, 속 안에서 썩어가기 일보 직전인 걱정, 그리고 유치하고 엉뚱한 상상들을 마음껏 펼쳐 놓는다.
    단짝 앞에서 나는 온전히 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내 친구 역시 온전히 본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홀가분한 상태로 솔직한 진짜 우리가 될 수 있었다.
    만나면 즐거운 친구에서 더 나아가, 함께 있으면 전쟁이 일어나도 든든할 것이라 느껴지고 내가 어떤 짓을 해도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항상 생각한다.
    만약 지금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더욱 깊은 우정을 나누고 싶다면,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써 전해보는 것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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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짝 친구와 경사가 없어도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 관계라니, 정말 부럽습니다. 떠올려보니 저는 친구의 생일에도 편지를 잘 적어주지 않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친구와 진지한 대화를 잘 나누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깊은 우정을 쌓을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저도 다음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한 장 한 장 편지를 써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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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말보다 글이 편한, 그래서 쪽지와 편지를 자주 쓰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편지(쪽지)는 저를 더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인것 같아요. \"너랑 같이 있을 때 나는 마음껏 내가 되고 경솔하게 선명해져. 자꾸자꾸 선명해져서 100퍼센트의 내가 되었을때, 내 옆의 너 역시 그랬으면 좋겠어\"라는 구절이 참 인상 깊네요. 글로 서로에게 더욱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는 편지, 연말이니 주변사람들에게 더 많이 써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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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직하고 온전한 나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친구가 있으시다니 멋져요. 저도 말로는 솔직한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인데, 편지에는 낯 간지럽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진심이 담기더라고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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