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 됨을 사과하는 것도 이제는 다소 촌스러운 일인 걸 안다.”
박서련 작가의 소설책은 자주 접해보았지만 에세이는 처음이었다.
흰 배경에 케이크에 얼굴을 묻고 있는 여성이 표지에 그려져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어딘가 깜찍한 그림이 이 글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였다.
이 책은 작가의 일기가 담긴 글이었고, 나도 짧은 일기를 매일 쓰는 사람이라 더욱 몰입하여 읽었다.
책에서 자신이 어떠한 사건이나 일상 속 일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솔직하고 거침없어서 더 좋았다. 반짝이고 화려한 종이로 꽁꽁 싸매고 풍성한 리본을 묶어 예쁘게 포장하였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어딘가 불편했을 것이다.
이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박서련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이러는 게 좋다.”
가끔 일기를 쓰고 다시 읽으며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과하게 포장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좋지 않은 일을 좋게 감싸서 간직하는 것이 나를 위해 옳은 것일까, 그저 자기합리화에 그치는 너덜너덜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질척이는 자기합리화’조차도 나라는 사람이 가진 특성이며,
그리고 뭔가 이상하고 솔직하지 못하다는 점을 결국에는 인정하게 되었으니,
어딘가 두루뭉술하게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보다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솔직해지는 것은 거짓말을 지어내는 것보다 어렵다.
태생부터 솔직함으로 무장하여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며 얼굴조차 모르는 그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나는 매번 나의 거짓말을 찾고 그것을 걷어내는 연습을 하며 그 속에 가려진 진짜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 에세이를 읽고 서늘하지만 잔잔한 유머가 섞인 박서련 작가가 쓴, 내가 아직 읽어보지 않았던 소설을 모조리 찾아 읽어 보았다.
특유의 문체에 빠진 사람이라면, <마르타의 일>,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특히 <체공녀 강주룡>과 <더 셜리 클럽>을 꼭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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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출판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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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글로 표현하는 과정도 힘들겠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또한 힘든 일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일기에도 거짓말을 적는다. 는 말에 공감하는 것처럼.. 저도 이 책을 읽어봐야겠네요. 2023년에는 우리 모두 한층 더 솔직해져 봅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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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일기 형식의 도서는 잘 읽지 않는 편인데, 표지가 너무 귀여워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나의 나됨을 사과하지 않는 것, 참 어려워 보이는 일이지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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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기\'라는 공간은 적어도 나 스스로와 마주하며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그게 글의 형태이든, 하루를 되돌아 짚어보는 형태이든지 말이죠. 나 스스로와 대화하며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참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과정을 타인에게 공개할 용기까지는 없을것 같네요. 작가님이 그 과정을 공개해줌으로써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불어넣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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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는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나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한 연습은 힘들지만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이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