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는 밖에 있고 싶다고 심각하게 말하더군요.
‘상상력을 발휘할 범위가 더 넓거든요.’ 하면서요.”
애니메이션으로 더 친숙한 <빨간 머리 앤>을 책으로 제대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반에는 애니메이션의 내용과 비슷하고, 내가 아는 내용 그대로 였다.
하지만 넘어가는 책장이 많아지면서 점점 앤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고,
왜 진작 읽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스펜서 부인의 실수로 남자 아이가 아닌 여자 아이인 앤이 고아원에서 마릴라와 매슈에게 온 순간부터 그들이 사는 초록 지붕 집에는 온기가 맴돌기 시작한다.
꼬마 앤은 상상력이 풍부하여 엉뚱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곧잘 실수를 하였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나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마릴라 역시 앤의 사랑스러움에 웃음을 지곤 하였다.
무뚝뚝하고 건조한 마릴라가 앤 몰래 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앤은 그렇게 에이번리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하고 깊게 스며들었다.
앤이 해주는 이야기는 동화 속 요정들이 당장이라도 내 주변을 맴돌 것처럼 상세하고 아름다웠으며, 앤이 책 속에서 튀어 나와 내 옆에서 재잘거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퀸스를 졸업할 때에 저의 미래는 제 앞에 곧게 뻗어 있었어요. 그 길을 따라가면 많은 이정표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이제 그 길에 모퉁이가 생겼어요. 그 모퉁이 길에 무엇이 있는지는 저도 몰라요. 하지만 가장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을 거예요.”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역시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것이라 오히려 몰입에 도움이 되었다.
앤은 대학 장학금을 받게 되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긴 마릴라를 위해 초록 지붕 집에 남기로 한다.
마릴라는 앤의 미래를 자신이 방해한다고 생각하여 걱정하지만, 앤은 에이번리에 남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욱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진심으로 기쁘다고 말한다.
고아였던 앤에게 처음 생긴 가족과 친구들과 하루하루 소중하게 살아가는 앤의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 작지만 선명한 행복이며, 나를 압박하는 욕망과 포부를 조금은 느슨하게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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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네버랜드 클래식 45)(양장본 Hardcover) 출판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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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때 한 친구가 빨간머리앤 전집을 쉴새없이 빠져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대중적인 영상으로 접한 문학작품은 궁금해져서 책을 찾아읽거나, 익숙해져 책을 펼쳐보지 않는 이 두가지 길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게 빨간머리 앤이라는 작품은 후자에 가까워 책을 선듯 집어들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봄님이 쓰신 서평을 읽다보니 책을 통해 만난 앤의 모습은 상상했던것 보다 더 따스하고 깊은 이야기를 건네는것 같아 참 궁금해집니다! 이번방학을 기회삼아 에이번리의 앤까지도 꼭 읽어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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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이 이렇게 많은 시리즈를 가지고 있었던가요? 빨간 머리 앤을 읽다보면 제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따뜻한 말들과 용기를 심어주는 문장들이 있는데 그런 보석같은 문장을 찾아내며 읽는 재미가 있는것 같아요. 나봄님이 적어주신 서평도 저에게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