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생각이 모여 일으키는 시너지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성의 이면에는 차별과 편견이 있다. 모두가 동일하면 소속감이 형성되어 안전하다. 다양성은 ‘너’와 ‘우리’를 나누는 선을 만든다. 이 책은 그러한 이면에 집중한다.
저자는 일본인이지만 영국으로 이주하여 영국인 남편과 결혼하였다. 책은 중학생인 아들과 지내며 일어나는 일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지역은 여러 이주민과 계층의 사람들이 섞여 있다. 그렇기에 다양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차별이 존재한다. 저자의 아들은 혼혈이나 동양인의 외모에 가까운데, 그 때문에 숱한 놀림을 겪게 된다. 놀라운 것은 어머니의 고향인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생김새가 아닌 일본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모습에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일본인들. ‘나’와 다른 자를 배척한다.
인간으로서 소속을 찾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려 하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다. 인류는 무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DNA에 새겨진 무리 본능은 ‘우리’에게 속하지 않은 사람은 배격하는 나쁜 행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세계는 지금도 차별과 씨름하고 있다. 인종차별, 성 차별, 계급 차별 등.. 헌법으로 인간이 모두 평등함을 천명한 지 오래지만 진정으로 이 땅 위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에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소년과 저녁으로 치킨과 피자 중 어떤 것을 먹을지 고민하는 선진국의 소년이 정녕 평등한가? 그들은 서로를 어떠한 계급 의식 없이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에서 차별이 심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경제 수준에 따라 다니는 학교가 다른 건 당연하고 수영장 같은 체육 시설조차 레인을 나눠 운동하는 것이다! 전 계층이 융화되지 않고 극단으로 분화되는 사회는 어떻게 될지(사회학자들에 의하면 좋은 결말을 맺진 못한다). 아직도 인종 차별은 존재한다. 심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백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종에게 편견이 남아있었고 아이들은 아무런 근거 없이 그것을 학습한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옆자리에 허름한 행색의 동남아 사람이 앉아있을 때 그 사람과 나는 평등하다고 모두가 생각할까? 넓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겨우 마련한 전셋값으로 빌라를 전전하는 사람과 자신을 같다고 생각할까? 혹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우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성 소수자 퍼레이드에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차별과 다양성이라는 복잡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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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출판 다다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