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재밌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이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고 나서였다. 작가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의 인생을 그려낸 영화인데, 잘 만들었다. 작가 지망생 시절부터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작가의 고뇌에 다가갈 수 있어 좋았다. 영화를 보고 <호밀밭의 파수꾼>은 어떤 작품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이니 배경 또한 호밀밭일 줄 알았다. 호밀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인가? 그러나 예상과 완전히 다른 소설이었다. 치밀하게 설계된 스토리 없이 단순히 한 사춘기 고등학생의 방랑기를 그려낸 것이다. 너무나 직접적이고 때론 천박한 표현이 소설을 가득 메웠다.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생각했지만 정작 먹어보니 신 맛과 매운 맛이 뒤엉킨 고기 볶음인 듯한 느낌. 그리고 탄산 음료를 곁들인. 왜냐하면 세상에 끊임없이 반항하지만 순수한 주인공의 마음이 작품 내내 드러나기 때문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어 주인공의 생각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독백과 같은 문장이 몇 장에 걸쳐 나타나길래 ‘이제 곧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나겠지’라는 기대로 한 장 한 장 넘겼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이런 책이구나!’ 속은 기분이 들었다. 주인공의 심리와 느낌이 생생하고 자세하게 묘사된 점은 좋았다. 실제로 1950년대 미국의 고등학생이 되어 세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이 그렇게나 큰 사랑을 받을 만한 문학 작품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미국인의 정서를 자극하는 건가? 재미있었지만 위대한 작품이라는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