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구석 미술관(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작가 조원재 출판 블랙피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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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를 곧잘 다니고는 하지만, 항상 지식이 부족해 온전히 작품을 음미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껴 쉽게 교양 미술에 다가가고자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한정적이다. 살바도르 달리, 블라디미르 쿠쉬, 마르크 샤갈. 그러나 이들을 잘 알려면 이들이 영감을 얻었던 기성세대 화가를 알 필요가 있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화가의 대표작을 줄줄히 설명해 놓은 것이 아니라 덜 유명하더라도 그 화가의 정신과 삶을 잘 알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설명이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구스타프 클림트_Rule breaker to Rule maker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자신의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어린 아이’가 되라고 말했다. 삶의 고통을 기꺼이 짊어지고 사막으로 나아갈 끈기, 고통의 인내를 넘어서는 투쟁정신, 그리고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낼 창조정신을 가지고 있는 어린아이가 되라고 했다. 앞으로 현장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만큼, 아이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아이의 완전무결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저 문장을 여러 번 곱씹었었다. 그런데 클림트의 혼을 담아 죽기 전 완성된 걸작이 이러한 창조정신과 예술적 자아를 담은 마지막 자화상이라는 점이 인상깊었다.

    에두아르 마네_입체주의의 구루
    <폴리베르제르 바>를 보면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중심의 여인은 날 정면으로 빤히 바라보지만, 거울에 비친 그녀의 뒷모습은 4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한 그림에 두 시점을 담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그간 입체주의의 선구자는 세잔으로 알고 있던 데다가, 세잔의 그림은 사물 자체가 복수시점으로 이루어져 있어 미술이 낯선 나에게는 오히려 어려웠다. 그런데 마네의 그림은 명확히 두 개의 시점을 담는지라 이 그림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또 <올랭피아>를 처음 봤을 때는 파격적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는데 요즘으로 따지면 작품의 제목이 19금 성인 BJ이름이랑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니 그만한 후폭풍을 몰고 왔을 이유가 짐작된다. 올랭피아라는 이름은 그 당시 흔히 사용하던 매춘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늘어지게 누운 백인 여성 뒤로 흑인 여성이 시중을 들고 있어 그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부유한 여성의 모습인 줄 알았는데 이런 내막이 있을 줄이야.

    마르크 샤갈_미술계의 윤동주
    남녀가 두둥실 떠올라 입을 맞추는 샤갈의 그림만 보고 좋아했던 전의 모습이 우스울 정도였다. 이름이 샤갈이길래 당연히 프랑스 화가인 줄 알았는데, 러시아 게토(유대인 거주 구역) 지역에 살던 유대인이었다. 사랑이라는 캔버스의 반대편에서는 자신의 뿌리와 고통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사회상을 고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눈은 파란색이었다. 하지만 손은 굳은살로 덮여있었다. 나도 벽에 기대앉아 인생을 그렇게 살 운명이었을까? 혹은 물건이 담긴 통을 운반하며 살아야 했을까? 나는 내 손을 보았다. 내 손은 너무도 부드러웠다. 나는 특별한 직업을 찾아야 했다. 하늘과 별을 외면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 그래, 껏이 내가 찾는 것이다. 예술가란 무엇인가? 하고 나는 내게 물었다.’
    타인의 사조를 거부하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의 집중하고, 자신의 삶 그 자체에서 영감을 얻는 그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또 홀로코스트를 고발하고 그러한 비극을 작품으로 남겨 유대적인 요소를 노출하는 모습에서는 일제강점기 시절 시로 저항한 윤동주 시인마저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죽기 직전, 자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성경 삽화를 완성한 것마저 자신의 원천을 사랑하고, 생애 끝에 인류애적 그림을 완성한 것으로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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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ㅁㅈ님은 전시회를 자주 다니시나 보네요! 정말 좋은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대로 작품의 배경 등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그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많이 어렵더라고요. 아무리 그 작품의 시각적인 기법이나 색채, 구도 등을 눈으로 보고 파악해도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삶, 제목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이 없으면 그저 한 번 쓱 훑어보고 기억에서 사라져버리니까요. 그렇다고 또 전시회 하나를 위해서 작품마다 일일이 지식을 찾아가며 공부해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ㅁㅈ님이 추천해 주신 도서 덕분에 일일이 작품과 작가의 배경을 찾아볼 수고를 덜었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꼭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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