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_김승섭, 질병의 사회적 책임.
누군가는 그들의 편에 서야 한다면, 내가 그들의 편에 서고 싶다.
세계일보 2022.3.3.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 만나” ... 생활고에 장애 자녀 생명 뺏은 비정한 엄마들 (//www.segye.com/newsView/20220303517641?OutUrl=naver)
어머니가 근무하시는 대학에 입학한, 장애를 가진 대학생을 만난 경험이 있다. 묘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서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꿈이 뭔지 아냐고 하셨다.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라고 하셨다. 누가 이들이 이렇게 꿈꾸게 만들었는가.
7p. 관점의 문제입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고민이지요.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습니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아픕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법 제 2조.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교육의 이념은, 개인으로부터 출발해서 동심원을 넓혀가는 크레센도 교육 철학이다. 나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자로서, 먼저 생을 살아간 ‘先生’으로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고 쳐야할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을 가지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어떻게 해야 소외된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로 교육할 수 있을까. 사실 교육으로 이를 바꾸기에는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든다.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고 실망하지 말자. 내가 바뀌고, 아이들이 바뀐다.
21p. 차별과 같이 예민한 감정을 측정할 때는 차별을 경험하는 것, 그 경험을 차별이라고 인지하는 거, 그 인지한 차별을 보고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략) 그 경험을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차별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불편함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연구는 설명합니다.
젠더 갈등이 정점을 찍은 가운데, 누구보다 MZ세대가 고민해봐야 하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본 젠더 교육 영상에서 특히 여성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것에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동안 여성이 외적인 모습으로 인해 받아온 차별에 대한 역사와 사회적 맥락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시민 작가님이 2030 여성들의 표심을 보고 말씀하셨다.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 20대 30대 여성들이 처음으로 대선의 권력의 향배를 결정할 수 있는 유권자 집단으로 떠올랐습니다. 최초로. 젊은 2030 여성 유권자들께 존경한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요. 여러분들도 정말 잘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여러분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이고 대화하고 뭉치고 선택하셔야 합니다. 이제 이번 대선에 나타난 2030 여성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저는 그렇게 보고요. 여러분들 존경하는 마음으로 늘 함께 지켜보고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102p. 노동자들이 해고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와 정책입안자의 책무이자 역할이다. 본 연구는 정리해고가 노동자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사회가 소외 계층으로 눈을 돌렸을 때, 폭염과 같은 재해로부터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질병의 원인이 된 레이온 기계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오고, 중국으로 넘어가고. 이젠 북한으로 넘어갈 테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 왜 항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그 책임을 떠안는가.
118p. 삼성은 두 가지 형태로 작업장의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위험한 작업을 국내 협력업체에 하청으로 맡기는 것입니다. 협력업체들은 이러한 작업을 하다 문제가 생겨도, 원청의 눈 밖에 날까 전전긍긍하며 밖에 알리지 않습니다.
전 국민이 가지고 있다는 삼성전자 주식. 물론 나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부분을 읽으니 내가 원인의 원인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저러한 상황에서, 사고는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반면, 언론에 휘둘려 국민이 2차 가해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뉴스가 생생히 기억난다. ‘세월호 참사’이다. 책에서는 피해자의 트라우마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 강화된 이유를 언론의 대대적 보도로 본다. ‘원인의 원인’은 개인이 아니라 위험한 작업장을 방치한 일터, 민간보험에 치료를 전적으로 맡긴 사회, 고통을 증명하라고 말하는 사회에 있다. 누군가는 그들의 편에 서야 한다면, 내가 그들의 편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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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출판 동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