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에서 기자로 근무하다가 1988년 남편을 따라 아이들을 데리고 네덜란드 유학길에 오른 정현숙 씨의 살아있는 경험담이자 네덜란드 교육의 면모들을 수록한 체험집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에 귀국하기까지 현지에서 약 10년간 세 아이를 키웠다. 저자는 즐겁게 학교에 다니며 스스로 공부하는 네덜란드의 학생들, 학교 공교육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네덜란드 학부모들을 지켜보면서 교육문화의 중요성을 깨달은 점들을 독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사교육이 만연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할 것이다.
네덜란드는 버는 만큼 세금을 많이 걷지만 국민연금제도가 잘 되어 있고 세금을 내어도 그만큼 돌아오는 복지제도로 인해 국민들이 이러한 시스템과 문화를 잘 이해하고 당연시한다. 또한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재능이 다름을 알기에 네덜란드 국민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대학을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는다. 상위권으로서 공부를 잘 하는 아이, 기술과 재능을 가진 아이들의 진로가 다양하게 설정되어 있고, 네덜란드 국민들과 부모들은 자녀의 진로에 대해 항상 격려하고 응원해준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놀라웠다. “모두 대학에 가면 누가 집을 짓고 빵을 만들까?” 라는 의문을 제시하는 네덜란드인. 그 질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처럼 학과에 따른 일류 대학교가 존재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아이들 자신이 전공하고 싶은 분야의 학과가 잘 알려져 있는 주변 대학으로 진학할 뿐이다. 따라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학창시절 아이들이 공부를 더 배우기 위해 가는 사설학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설학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예체능 분야가 전부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은 “너희 나라에서는 왜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하는냐,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살기 힘든가?” 라는 네덜란드인들의 뼈있는 질문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좋은 일류대학을 나와 대기업, 판사, 검사, 의사 등 소득이 많은 직종에서 자녀들이 일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녀들을 사교육 시장에 내던지고 높은 소득의 직업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바로 이 부분이 네덜란드와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차이인 것 같다. 직업간 소득격차가 크지 않은 네덜란드는 어느 직업을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면 나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반면 대한민국은 임금 격차가 크고 직업의 귀천이나 연봉, 학벌의 서열 등을 따지므로 좋은 대학을 나와야 사회적 인정이나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고 높은 집값, 자녀 사교육비 등을 부담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적인 사회구조가 교육의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 입시만을 바라보며 긴 시간을 고생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더 많은 꿈을 심어줄 그런 세상을 꿈꾸며 이 책 소개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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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천국 네덜란드 출판 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