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문필가이자 종교인이었던 법정 스님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렸을 적 법정스님의 책들을 여러 권 읽으며 무소유의 정신과 인간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접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졌다. 오랜만에 법정스님에 관한 책을 읽어보니 다시 아련하게 그의 맑고 소박했던 정신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법정스님에 대한 기존 이미지 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법정은 스님이었지만 열린 마음이 가득한 불자였다. 법정스님은 현대인이 소음에 휩쓸려 정작 들어야 할 진리를 듣지 못하는 피해자라고 하였다. 종교의 역할에 있어서도 연민의 정을 가지고 사회부조리를 지적하는 사회참여 의식을 강조한다. 이처럼 그는 반전이나 민주화운동 등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 사회에 저항하고 불교를 일반 대중이 쉽게 느끼고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한국불교의 현대화에 힘썼다. 또한 다른 종교인사나 지식인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포용하는 열린 사람이었다. 그는 실제 참여하고 괴로워하며 비판하고 사랑하는 불교의 모습 그 자체였다. 특히 동족상잔의 비극이나 월남파병 등을 비판하면서 국회의사당과 행정부처가 때로는 국립묘지로 이동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국가대사를 좌지우지하는 고위관료나 정치인들이 전쟁의 의미를 실감케 하고 나아가 생과 사의 관념적인 거리를 단축시키고 싶다는 그의 참신하고 통찰력 있는 상상에 많은 공감을 하였다. 역사적으로 너무나 많은 권력자들이 생명과 죽음의 의미 등을 생각하지 않고, 단지 개인적 또는 국가적 이득을 대변하기 위해 자신들은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너무나편하고 쉽게 전쟁을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은 1965년 어린 왕자를 만나 비로소 인간관계의 바탕을 인식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누군가 한두 권의 책을 선택하라면 화엄경과 함께 어린 왕자를 선뜻 고르겠다는 법정스님.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법정스님의 순수하고 담백한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삶과 정신은 요즘 부동산 투자, 주식, 명품, 재테크, 세테크 등 우리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 소유하고 살아가라고 말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왜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가, 그것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왜 남들에게 잘 보이고 자랑하고 싶은가, 삶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가 등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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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행복 출판 산호와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