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페미니즘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고 너무 예민하거나 불편한 이야기로만 느껴졌는데 학교 과제를 하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과제를 통해 페미니즘의 역사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관련 쟁점이 너무 많아서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책도 별로 두껍지 않고 왜 남자가 페미니스트가 되었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그의 인생 배경을 들여다보니 이해가 되고 공감하게 되었다.
저자는 현재 남자고등학교의 국어교사이고 결혼을 하여 곧 태어날 딸을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이 아니라 어머니의 삶과 고통을 이해하면서 페미니즘 사고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보험설계사인 어머니가 교사였던 아버지보다 더 오랜 시간 바깥에서 일을 하고 급여를 훨씬 많이 버는데도 퇴근 후의 가사노동과 어른들 모시는 일 등을 전담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사소한 말다툼 끝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심하게 때린 날 자식들을 위해 이혼 생각을 접고 잔인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어머니에게 연민을 느낀다. 이처럼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성차별 문제에 꽤 민감성이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를 도우려는 마음에 가사노동을 기꺼이 하던 열두 살 아이의 눈에도 어머니는 힘겨워 보였고 세월을 견뎌내는 시시포스 같았다고 한다.
그가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먼저 공부하고 있던 다른 후배의 한 마디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니까 잘 모르잖아요, 배워야죠." 그는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비당사자 운동이므로 경험에 한계가 있거나 절박함이 덜 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백인이 흑인 인권을, 비장애인이 장애인 인권을, 이성애자가 동성애자 인권을, 자본가가 노동자 인권을 주장하는 사례들이 존재하고, 자신의 편함과 기득권을 거스르고 소수자와 약자를 향해 목소리를 낼 때만이 가질 수 있는 효과와 역할들이 분명히 있기에 남성이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남성을 위한 운동이라고 본다. 남자들은 쉽게 울지 않아야 한다, 남성적인 취미를 가져야 한다, 남자가 경제적으로 더 큰 책임을 가져야 한다, 남자는 가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등 남성에게만 요구되는 사회적 억압과 편견이 일상적으로 존재하며 페미니즘이 이러한 좁고 딱딱한 틀에 갇힌 남성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차이에 따른 이분법적 편견들을 버리고 사회경제적으로 평등하고 조화로워져야 모두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기득권인 사람은 없으며 누구나 약자의 자리에 놓일 때가 있기에 우리는 여성과 남성의 대립이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다양성에 대한 이해, 실천을 통해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평소에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행했거나 넘어갔던 일상적인 편견과 차별적 언행 등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 좀더신중해야 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