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를 마치면서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책은 나치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며 수용소에서 실험을 당하던 쌍둥이 자매 펄과 나탸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역사 수업이나 대학에서 교양 강의로 듣는 역사 수업에서는 느끼지 못한 감정을 마주했습니다. ‘100만 명이 죽었다. 300만 명이 학살당했다.’ 하는 식의 내용에서, 오히려 앞에 나온 수치에 집중하여 그들이 겪은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보지 못하고 지나쳤습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숫자가 너무 커 오히려 체감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책은 쌍둥이 자매 펄과 나타샤 ‘두’ 명이 수용소에서 살아나가는 과정을 풀어냅니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삶을 이어나가며 겪는 좌절, 희망, 슬픔, 기쁨, 공포, 분노 등을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역사 수업을 들을 때나 다른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르게, 숫자가 아닌 사람, 삶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체실험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불길의 아이들》을 읽고 작가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소재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의 내용은 밝지 않아요. 우울하고 어둡고 우중충합니다. 소녀들이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절대 겪지 않았을 일들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살며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일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듯이, 책을 통해 평화로운 일상의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한창 자라나는 소녀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용소 삶의 참혹함과 잔인함을 소녀들의 눈을 통해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내용에 몰입해서 그런지, 책을 다 읽고 받은 느낌이 참 새로웠습니다. 책을 다시 읽으면 그 느낌을 잊을 것 같아 다시 읽기 싫어지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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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동물원 출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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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울 때는 항상 수치나 통계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안네의 일기를 제외하면 실제로 그 시대에 살고 있었던 개인의 일생을 알 수 있는 경험은 적었던 것 같습니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희망과 기쁨을 느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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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들을 평소에 잊고 살면서도, 이런 책들을 통해 문득문득 다시금 아픈 역사들을 되새기곤 합니다. 평화로운 일상의 부재, 어쩌면 지금도 코로나 상황으로 절실히 깨닫고 있는 평화로웠던 일상들의 소중함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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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게 몇십만명이 죽었다, 몇 백만 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숫자에 집중하는 나머지, 우리는 그들의 슬픔이라는 정말 중요한 것을 때로는 잊고는합니다. 그 슬픔에 대해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말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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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읽으면서 가 떠올랐습니다. 안네의 일기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이유가 이 책을 감명깊게 읽으신 이유와 같네요. 수치로 느끼기보다는 정말로 실상을 피부로 느끼려면 같은 온정을 가진 사람의 경험으로 듣는 것 만큼 뼈저린 게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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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저도 죽음의 수용소에서 라는 아우슈비츠를 배경으로 한 책을 읽었는데, 얼음은차가워요님도 읽으셨네요. 말씀대로 저도 처음에는 100만명, 300만명이라는 숫자가 너무 커서 체감이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빅터 프랭클이라는 개인의 책을 읽으니까 공감이 되더라고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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