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숨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아이유의 노래를 좋아한다. 특히 가사를 좋아한다.
그래서 김이나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었는지가 너무 궁금해졌다.
마침 김이나라는 사람이 책을 썼길래,
이 사람에 대해 알기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사람이 쓴 글을 보는 것이기에.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보잘것없고 부끄러운 부분은 누구에게나 있고 오히려 그로 인해 스스로를 더욱 빛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부족하고 부끄러우며 보잘것없기까지 한 부분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빛날 수 있다는 걸까. 근데 시간이 지나보니 알겠더라. 장점만 있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냥 그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마저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단점이 다른 사람 눈에는 그 사람을 빛나보이게 하는 수만가지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자는 '높은 확률로 당신을 실망시킬테지만, 우리 평균점을 찾아가보지 않겠냐는 말'이라고 말한다.
나는 상대방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사이가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과 관계를 맺다보면 분명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나는 상대방을 실망시킬까봐 맞지 않는 부분은 그냥 참아버리거나 도망가곤 했다. 그러다 보면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려웠고, 오랜 관계를 맺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 말이 참 좋았다.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관계. 다르게 생각하면 나는 당신과 오래오래 지내고 싶다는 말이 담긴 것 같아 좋았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상대의 단면을 보기보다는,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솔직함의 필요성을 느꼈다.
"다정한 사람들은 말수가 적다.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게 익숙한 사람들. 굳이 어딘가에 나의 마음을 글자로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악플에 상처받는 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파본 적이 있다면 좀 더 요란스럽게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말들을 써보자. 그 한마디가 어쩌면 소중한 그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악플로 힘들어하는 연예인들을 볼 때마다 느낀 것은, 세상에는 따뜻하고 소중한 마음들이 넘쳐나지만 그런 마음들은 잘 표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부터도,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사람들에게 소중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지만 막상 표현하려고 하면 '굳이 말을 해야 알까?', 혹자는 '나 말고도 이런 말을 해줄 사람들이 많으니까'하며 주저하게 된다. 넘치는 마음들을 자판에 새겨넣었다가 결국 지워버린 일도 허다하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고 나서는 조금 더 '요란스럽게' 이들을 위한 말들을 적는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여러 SNS의 댓글을 보다보면 이들을 좋아하고 다정한 사람들보다는, 척을 지고 달갑지 않게 보는 사람들의 댓글과 표현들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다 좋은 사람들인데, 댓글에는 다 비방하는 말들인 것을 보며 다정한 사람들은 말수가 적다는 문장을 곱씹게 되었다. 이제는 조금 더 요란스럽게 마음을 표현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용기를 내본다.
이 외에도 다양한 감정의 언어들에 대해, 김이나 작사가가 어떻게 이러한 감정들을 대하는지. 혹은 이러한 감정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서술되어있는 책이다. 감정과 언어에 대해 솔직하게 생각해보고 내 마음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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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나를 숨 쉬게 하는)(양장본 HardCover) 출판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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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던 책을 리뷰로 보니 반갑네요. 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감정을 온전하게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감정을 나타내는 언어는 포괄적이게 마련이겠죠. 역설적으로 그 포괄적이라는 성격이 그러한 언어들이 진정으로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과 언어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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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 작사가님은 평소에 저도 정말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 분인데 이런 책도 출판을 하셨군요! 요새 싱어게인2에서 나오고 계시길래 한창 티비도 즐겨보았는데,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봐야겠어요. 김이나 작사가님의 작사한 노래의 가사를 보며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가 있을까 감탄한 적이 정말 많은데, 다양한 감정의 언어들을 떠올리기 위해 감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서술해놓은 책이라니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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