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의 피아노(양장본 HardCover) 작가 김진영 출판 한겨레출판사 shushu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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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책의 얼굴이라고 하는데 ‘아침의 피아노’라니, 평온한 뉴에이지가 들려올 것만 같다. 제목만 보면 음악 서적일 것 같기도 하고, 악기 서적일 것 같기도 하고, 따뜻한 소설일 것 같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도 전에 이 책과 만나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 본 누군가의 후기에서 ‘필사를 했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면 봤다’는 말 때문이었다. 나는 이 책을 냉큼 골라 들었다.(요즘은 e-book 리더기로 읽고 있어서 클릭 한 번이면 책장으로 옮겨진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골라 들 수’는 없다.)

    이 책은 제목으로 유추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이 책은 철학자 김진영 선생님께서 임종 3일 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목차부터 월별로 구성되어 있다.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자신이 시한부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떠오르는 생각들이 메모 형식으로 모여 있다.

    뭐랄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기분이었다. 죽음은 솔직히 아직 나에게 먼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아예 먼 미래도 아니다.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읽다보니 마음이 아프다가도 두렵다가도 초연해진다. 구절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다. 요즘은 SNS에 가벼운 구절들이 잔뜩 있다. 더 잘나 보이려고, 더 감성적인 척하려고 쓰는 문장들과는 달랐다. 인문학의 정수라고 불리는 철학을 공부했고, 인생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이 쓰는 문장에는 깊이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 곳곳에 눈길이 갔다. 구절 하나하나를 필사했다던 분, 곱씹었다는 분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글이 많지 않고 여백이 많은 책이지만, 그 여백 사이사이로 내 생각이 채워진다. 그래서 급하게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쉬어가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면,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면 그런 그대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

    “한 생을 세상에서 산다는 건 타향을 고향처럼 사는 일인지 모른다. 그러다가 어느 때가 되면 우리는 문득 거기가 타향임을 깨닫고 귀향의 꿈과 해후하는 것은 아닐까.”

    “나를 위해 쓰려고 하면 나 자신은 너무 보잘것없은 존재라고, 그러나 남을 위해 쓰려고 할 때 나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귀한 것이 된다고.”

    “공간들 사이에 문지방이 있듯 시간들 사이에도 무소속의 시간, 시간의 분류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잉여의 시간이 있다. 어제와 내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아무런 목적도 계획된 스임도 없는 시간, 오로지 자체만을 위해서 남겨진 공백의 시간이 있다.”

    “모두들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길은 언제나 곡선이다. 길을 가다 보면 다른 길이 기다리고 또 만들어진다. 그것이 생 스스로 가는 길이다. 생은 과정이지 미리 결정된 시스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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