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작가 백세희 출판 shushu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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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웹툰 ‘유미의 세포들’에서 직접적인 광고가 됐던 책이라, 당시 웹툰을 즐겁게 보던 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특히나 제목이 책 제목이라기보다 힘든 날 일기장에 쓸법한 문체여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책과 생긴 이러한 인연 때문일까. 요즘 유행하는 한 달에 일정 요금을 지불하면 책을 대여할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고 이 책을 제일 처음으로 대여했다. 죽음과 떡볶이가 먹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잘 요리했을까. 궁금한 나머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은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 되는 상태를 앓는 저자의 치료 기록을 담은 책이다. 서문을 제외하고는 전부 저자와 저자의 상담 선생님과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치료 받는 동안 녹음을 했다고 한다. 그 녹음본을 다시 듣고 정리했고, 그 내용을 모아서 출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들이 ‘구질구질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공감하지 못하기도 하면서, 마치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서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 내려갔다. 우리가 예상하는 기승전결이나 막연한 해피엔딩은 없다. 그저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기분이 한껏 좋았다가 우울해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고 싶다가도 떡볶이가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왜 이렇게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거지?’ 하면서 그렇게 계속 읽었는데, 문득 내 인생의 어느 순간들이 겹쳐 보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도 그랬다. 이런 감정은 이 사람에게만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도 나를 파괴하고 싶었다가도 또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꼈고,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일에 죽을 만큼 아파하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저자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앓고 있는 우울 증상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신체적인 질환만큼, 어쩌면 더 힘든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내가 공감했다고 말했지만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의 꿈을 꾸고 있는 나에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이해할 순 없더라도 공감하는 것이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다. 나에겐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미래의 학생들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만약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은’ 상태가 된다면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읽을 땐 별 생각이 없었지만,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제목에 끌렸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었다면, 그리고 지금 힘들다 생각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에 든 구절들
    “나는 예술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내게 믿음을 줬다. 오늘 하루가 완벽한 하루까진 아닐지라도 괜찮은 하루일 수 있다는 믿음, 하루 종일 우울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일로 한 번 웃을 수 있는 게 삶이라는 믿음. 또 내 밝음을 드러내듯이 어두움을 드러내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한다. 그 어떤 사심도 없이 누군가의 마음에 공들여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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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너무 심각하게만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제목이라 너무 마음에 듭니다. 우울증이 있으신 분들을 환자로만 보는게 아니라 동일하게 삶을 살아가고 생활을 누리는 관점에서 보고싶은 책입니다.
    • 모두가 사소한 일에 상처를 받고, 사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이 책은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은 책이기도 하면서 해당되는 것 같아요. 리뷰를 보며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을 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