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자 얼마나 있으랴. 제목이 주는 그 위화감 때문에 이 책을 올해의 첫번째 책으로 선택했다. 사전에서 말하는 ‘하마터면’은 위험한 상황을 겨우 벗어났을 때 쓰는 말로, ‘조금만 잘못하였더라면’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위험한 상황이 ‘열심히 산다’는 것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특히나 우리나라는 ‘열심히’의 가치를 높게 산다. 뭐든 다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사람의 인생을 시뮬레이션 한다는 게임 ‘심즈’에서조차 자신의 ‘심’들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또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었다는 한국인들의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단연 돋보인다. 저자는 처음부터 동일한 메시지를 다양한 자신의 일화를 곁들여 전달한다. ‘열심히 사는데 내 삶은 왜 이모양인가.’하는 억울한 마음에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가 되면서 ‘열심히’보단 ‘게으르게’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 저자의 인생 성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맹목적으로 열심히 사는 것에 매달리는 삶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평범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내가 행복해졌는가? 그 질문에 대해서는 머뭇거리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던지는 이런 의문에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어디로 그렇게 열심히 가고 있었던 걸까.
열심히 살고 있는 당신들에게,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지 않다고 자책하고 있을 당신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 2020년에는 열심히 말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마음에 든 구절들
“열정도 닳는다. 함부로 쓰다 보면 정말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게 된다. 언젠가는 열정을 쏟을 일이 찾아올 테고 그때를 위해서 열정을 아껴야 한다. 그러니까 억지로 열정을 가지려 애쓰지 말자.”
“힘을 빼면 넘어지고, 뒤처질까 봐 힘을 뺄 생각을 못 했다. 부끄럽지만 겁을 먹었다. 힘을 뺀다는 건 딱딱하지 않다는 것, 유연하다는 것, 자연스럽다는 것,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것, 겁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가장 빨리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비교’를 추천한다. 그건 실패가 없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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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출판 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