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인슈타인을 알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천재 과학자'로만 그를 생각했다. 흔히 역사상 최고의 천재 하면 아인슈타인을 떠올리니까 말이다. 거기에 편견과 망상이 추가되면 그는 '수학과 과학에 엄청난 천재성을 보인 괴짜 과학자'로 변한다.
아인슈타인은 그저 '천재 과학자'가 아니었다. 평화를 외치는 국제주의자, 도덕적 리더, 열렬한 사랑꾼, 철학자, 음악가, 시인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인간과 유머를 사랑했다. 세상 그 자체를 바라보았다.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 하며 인생을 즐겼다. 그도 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세간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해설은 널려 있지만 그의 생애와 인간성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많은 여성과 사랑을 나눈 바람둥이였다. 한 여자에게 '당신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편지를 쓰면서도 여느 남자가 그렇듯 차갑게 식어버린 사랑을 뒤로 한 채 또 다른 뜨거움을 찾으러 다녔다. 그러면서도 과학에 대한 열정은 놓지 않았다. 상대성이론, 광전 효과 등 그가 쏟아낸 아이디어 덕분에 다윈, 뉴턴에 이어 아인슈타인은 인류의 생각을 통째로 뒤바꾼 과학자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그가 정말 대단한 점은 자신의 호기심을 과학의 영역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인생과 일, 종교, 교육 등에 주옥 같은 말들을 남겨놓았다. '남을 위해 산 삶만이 가치 있는 삶'이라며 개인의 욕망에 따라 살지 말고 타인에게 베풀며 살라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과학자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말이다. 어느 지혜로운 스님이 하신 말씀이라면 모를까. 그는 평생 세계 평화, 무장 해제를 외치며 자신의 고결한 인간성을 빛냈다. 예술과 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바흐, 모차르트 등 클래식 음악을 즐겨들으며 '음악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르마조프의 형제들>을 '내가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한 인간에게서 뛰어난 도덕성, 무한한 상상력, 치밀한 이성, 부드러운 유머, 고상한 예술성이 조화를 이루며 나타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인간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에 인류는 진보 했고 과학의 역사는 새로 쓰였다.
나는 아인슈타인이 칭송 받는 것이 비단 그의 놀라운 연구 업적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6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상과 인간에 대한 그의 생각과 고민은 유효하다고 믿는다. 과학자이기 전에 인간이었던 아인슈타인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아인슈타인이 말합니다>를 통해 이미 죽은 그와 친해진 기분마저 든다.
"개체의 삶에 자연스러운 한계가 정해져 있어서 그 끝이 되면 삶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어쩐지 만족스럽지 않은가?" - Albert Ein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