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다소 자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제목의 거부감을 극복한다면 정말 재미있는 역사와 인문학을 접할 수 있다. 원작을 번역한 것이라 원작의 말투를 최대한 살린 번역이 이 책의 맛을 제대로 살린 '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번역이 찰떡같다.
다소 시니컬한 말투로 인간은 우리 생각만큼 똑똑하지 않으며 심지어 다소 멍청해서 삽질을 하루이틀 해온 것이 아니며, 그렇게 삽질의 결과를 학습하고 난 뒤에도 삽질을 멈추지 않으며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인간이 자기 손으로 흑역사를 만드는 짓을 멈추지는 않는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렇게 보면 '작가는 본인도 인간이면서 다른 종을 비판하는 것처럼 인간을 비판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솔직히 너무 먼 과거의 일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자존심이 상하는 이야기들도 아니다. 솔직히 자업자득이네... 싶은 이야기들도 꽤 많다. 그리고 너무 과거의 일이라서 그런지 규모를 체감하기가 어려운 일들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공감성 수치가 느껴진다거나, 내가 다 낯이 뜨거워진다는 느낌보다는 영화 속에서 인간의 삽질을 구경하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 슬프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괜찮게 느껴졌다.
시에틸납 휘발유 사건과 바이러스 이야기가 조금 오싹하게 느껴진 이야기이다. 특히 영구동토층에 묻혀있는 과거의 바이러스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공포로 다가왔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마비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해서 그런지 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정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이미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인간이 생각보다 나약하다는 것을 느꼈는데, 아무리 이미 정복한 바이러스라도 그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려면 누군가는 죽어나가야 한다는 사실 역시 공포스러웠다. 실섬실에만 존재했을 것이라고 믿어왔던 바이러스들이 실은 실험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예시가 그래서 확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전쟁 관련 흑역사들이 솔직히 제일 재미있게 다가오기는 했다. 찬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그림이나 사실 없이 활자로만 그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재미있다 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소한 인간의 삽질로 그 큰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 어이없으면서도 웃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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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 출판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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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라니... 제 인생의 개인적인 흑역사는 다시 되돌아보고 싶지 않지만 인간의 흑역사는 인간 전반적인 실수들을 모아놓은 것일테니 조금 흥미가 생기네요. 사실 우리는 무엇을 실수했는지 회상하는 것으로 부터 배우는 것이죠. 그렇게 따지면 흑역사도 제대로 확인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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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는 다른 서평으로도 접한 적 있어서 북토크에서 서평을 보니 정말 반갑게 느껴져요! 저는 밤에 제 흑역사가 생각날 때면 진짜 너무 괴로워숴 몸부림치기 때문에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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