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이 책의 서문에서 미국의 세기 최고의 미스터리한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간다.
첫째, 최근 20년간 줄곧 폭력 범죄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감소는 모든 형태의 중범죄에서 나타나고 있다.
둘째, 1990년대에는 빈곤율이 많이 감소했다. 이는 폭력 범죄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런데 2000년대에는 빈곤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경기는 대체로 부진하고, 실질 소득은 대체로 감소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폭력 범죄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우리의 직관과는 달리 빈곤이 심해짐에 따라 범죄가 늘어나고 있지는 않다.
셋째는 같은 기간에 미국 수감률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미국은 강제 노동 수용소로 악명이 높았던 스탈린 때의 소련을 수감인구 수로 앞서고 있다.
이를 정리하자면, ‘빈곤은 심해지고, 범죄는 줄어들고, 수감인구는 두 배로 늘어난다.’가 될 것이다. 한눈에 봐도 뭔가 이상하다. 멧 타이비는 이러한 미국 사회의 이상한 사회 변화를 복합적인 이유를 통해 설명한다. 하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같다. 가난한 사람은 사생활이나 존엄성을 요구할 권리를 포기해야 복지를 받을 수 있고, 만약 이러한 제약을 부당하다 여긴다면 그 즉시 범죄자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묘한 논리는 이 책의 제목인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책은 9개의 장을 통해 가난이 어떻게 죄가 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내가 가장 뜻깊게 본 장은 2장, 불심검문이었다. 빈곤층이 받게 되는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사회를 어떻게 병들게 하고, 한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는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작가는 ‘토리 매런’이라는 실제 인물의 삶을 통해 이를 보여준다. 토리는 18살 때부터 소년가장으로 일했고, 정부가 두 쌍둥이 여동생을 위탁가정으로 보낸 후로는 가족의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지내 왔다. 아버지가 대마초를 팔다가 4년간 마약 판매죄로 복역한 후, 토리는 노숙자가 되었고,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노숙자라는 이유로 불심 검문을 받고, 범칙금을 부과 받는 삶을 계속한다. 사회는 세계에서 손꼽힐정도로 흉악한 마약 카르텔과 손을 잡고 산습적으로 자금세탁을 도와준 영국 은행에게는 사업을 계속하도록 허용하면서, 브롱크스 출신 흑인 남자에게서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법원을 정의의 저울에 비유한다. 만인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부와 권력을 향해 기울어진 저울은 결국 정의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된다. 가난이 죄가 되고, 다시 죄가 가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난이 죄가 되지 않는 사회를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만들어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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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양장본 HardCover) 출판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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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서 가난이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재 같습니다. 당장 교실 안에서도 온라인 수업을 위한 컴퓨터가 없는 아이들이 코로나 시국 초기에 이슈가 되었었지요.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가난이 죄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제라도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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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죄가 된다는 말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은 특히 더 그렇더라구요. 우리 부산교대 가까이에 있는 법원을 가도 정의의 저울을 볼 수 있는데요. 법 앞에 평등한 만인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요즘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가난이 죄가 되지 않도록 사회의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심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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