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없다’라는 제목을 보고, ‘우리 사회는 이미 민주사회 아닌가? 어떻게 해서 민주주의는 없다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지금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민주주의(民主主義)는 국민에 의한 정치로 민주주의는 주로 투표, 선거를 통해 실현된다고 배웠고, 나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국민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투표나 선거를 한다고 해서 정녕 민주주의가 실현됐다고 볼 수 있는 건지 등등에 대해서는 한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사유해보고 싶었다.
2019년 개봉한 저자의 다큐멘터리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민주주의가 상충하는 가치들을 함께 끌어안고 가는 역설의 시스템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긴장 속에 조화를 이뤄야 하는 민주주의적 가치들의 쟁점을 8가지로 정리한다. 자유와 평등, 갈등과 합의, 포함과 배제, 강제와 선택, 즉흥과 체계, 전문지식과 여론이다.
8가지의 쟁점 중 자유와 평등 쟁점만 소개하려고 한다.
'오늘날 시장에서는 평등과 자유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시장 자체가 불평등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 시장은 승자와 패자의 영역으로 나뉘었고 이것은 전적으로 시장화한 민주주의의 결과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울 때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자유와 평등'을 많이 들어와서 처음 위 글을 읽었을 때 머리가 띵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가치와 이 책이 말하는 가치가 상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깊게 고심해보니, 오늘날의 자유경쟁시장은 일정부분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지위가 높으면 시장에서 여러가지 이점을 취하는 것은 사실이다. 교과서가 항상 정답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