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읽은지가 꽤 되었음에도 책 표지를 보니 내용이 생각날 만큼 강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읽으려고 책을 편 자리에서 책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으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는데, 그만큼 흡입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두 번 읽기는 힘든 책이었다. 빨려들어간 만큼 다 읽고 나서는 피곤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루고 있는 내용이 가볍지도 않고, 책 속 분위기가 무거워서 그런지 읽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 남았던 기억이 난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초반부에 설정이 이해가 쉽게 가지 않아서 뭐지? 했던 부분이 많은 점은 조금 아쉬웠다.
책의 주인공인 여준이와 서리(가영이보다는 서리로 불러주기를 더 원할 것 같다)가 보여준 처절함이 아마 내가 느낀 피곤함의 원인인 것 같다. 특히 서리의 시간을 차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수천번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모두가 함께 지옥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그 시간을 모두 견디며 기억했어야 할 서리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여준이와 서리의 능력이 정반대인 것이 나에게는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서리와 여준이가 마지막으로 만날 때, 여준이가 입 밖으로 외치지는 않았으나 수천번의 도돌이표에 묶여있으면서도 서리의 시도를 멈추지 않은 단 하나의 이유를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사랑이 왜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세상에서 단 하나 존재하는 마법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사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사랑말고는 여준이의 행동을 설명할 단어가 나는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초능력을 가진 인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들었다. 숱한 매체에서 초능력에 대해 다루었지만 결국 끝은 초능력으로 인한 갈등을 이야기한다. 서로 싸우고, 친구였던 사이를 갈라서게 만들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원인이 바로 초능력에서 비롯하는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그저 매력적인 환상으로만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초능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이 결국 인류의 종말을 가까이 당기는 방아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