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린이의 세계에 발을 들인 적이 있다. 바로 교생실습 때! 한 달 동안의 교생 실습 후,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책 속에서는 공감가는 구절이 많았다. 그중 세 문단을 골라 소개하고자 한다.
‘부모님들은 각자 자기 방식으로 아이를 돌보고 사랑을 준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부모님들만큼이나 아이들도 부모를 사랑한다. 부모님보다 아이들을 더 자세히 보는 입장이라 그럴 수도 있는데, 사실은 아이가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나이가 더 어린 아이들은 절대적으로 사랑하고,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은 미워하면서 사랑하는 것 정도가 다르다고 할까.’ 178쪽.
-우리 반에 장난꾸러기 아이가 있었다. 자주 혼났기 때문일까? 그 아이는 선생님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문단을 읽고선 그 아이 생각이 났다. 하루 종일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는데도, 수업 중 답할 수 있는 문제가 나오면 손을 번쩍 들고 “저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아이. 그 아이는 선생님을 미워하며 사랑하고 있었다.
진짜 선생님이 되었을 때, 우리 반의 모든 아이가 사랑스러워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때때로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를 보면 밉기도 할 것이다. 반 아이들에게 화가 날 때, 그 아이들은나를 ‘미워하며 사랑한다’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겠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그들을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야겠다.
‘이를테면 존댓말로는 마음껏 자랑하기가 어렵다. 내용은 전달할 수 있지만 자랑의 핵심인 ‘뽐내는 기분’을 전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느날 주완이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선생님, 저 오늘 생일이다요?”라고 말했을 때 처음 알았다. 반말 이라면 “나 오늘 생일이다?”라고 했을 게 분명하다. 그에 비하면 존댓말 “저 오늘 생일이에요”는 얼마나 맥 빠지는 문장인가. (소리 내어 두 문장을 말해보시길) 190쪽.
-현장체험학습을 갔을 때였다. 한 아이가 내 옆에서 조잘조잘 제 얘기를 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문장 끝을 계속 “~다요?”로 끝내는 게 아닌가? 이때는 왜 계속 이렇게 어미를 끝맺는지 의아스러웠는데, 이런 숨은 의미가 있었다니! 얼마나 제 이야기를 뽐내고 싶었을까! 교생선생님에게까지 여러 자랑을 늘어놓고 싶었던 그 마음을 떠올려본다. 아잇, 그런 마음이 있었더라면 조금 더 호응을 크게 해줄걸!
‘내가 사훈이니 뭐니 하며 재는 동안에 사랑은 이미 흐르고 있었다. 어린이로부터 내쪽으로, 더 많은 쪽에서 필요한 쪽으로. 그렇지 않다면 내 마음에 사랑이 고여 있을 리가 없다. 모두 너무 보고 싶다.’ 157쪽.
-실습이 끝난 지금도 가끔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그때 ○○이의 표정이 참 귀여웠는데.’, ‘◇◇이는 정말 장난꾸러기였지. 말을 잘 안 듣긴 해도, 귀엽기는 귀여웠어.’ 솔직히 말하자면, 난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TV에 나오는 유명한 아이들을 보고도 귀엽다는 감정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난 아이들과 서먹한 사이로만 남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내 안에 이렇게 우리 반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피었다니. 내가 어색하니 뭐니 하며 재는 동안에 사랑은 이미 흐르고 있었다. 어린이로부터 내 쪽으로, 더 많은 쪽에서 필요한 쪽으로. 그렇지 않다면 내 마음에 사랑이 고여 있을 리가 없다. 모두 너무 보고 싶다.
언젠가 다시 어린이의 세계에 발을 들일 것이다. 그때 다시 이 책을 마주한다면, 더 공감가는 구절들이 많겠지. 기회가 된다면 어린이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인 그 후, 다시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
어린이라는 세계 출판 사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