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은 제목이 있다. 책 제목은 주로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들의 세계>의 제목을 보고선, 우린 이 책이 어린이에 관해 이야기 한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표지만 보고도, 우리는 ‘안나 카레리나’가 주인공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그래서 난, 이 책이 그저 동식물의 독특한 이름을 소개하고, 그 이름의 유래를 알려주는 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조금 달랐다. 책 머리말 마지막 단락의 말이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의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아 해당 내용을 인용해보도록 하겠다. 이 책은 작가가 ‘지금까지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독특한 동물들과 나무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게 되었는지를 떠올리면서, 동식물 그리고 작가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놓은’ 책이다. ‘나무’에서 시작해, ‘개미’에 이르기까지, 각 장 마다, 동식물에 관한 작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을 때 마다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왜 책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세 번째 장 ‘범고래’를 다 읽었을 때, 비로소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범고래는 고대부터 ‘킬러 고래’ 또는 ‘고래들의 킬러’라고 불렸다.…범고래(Orcinus orca)는 ‘지하 세계 바다 괴물’로 번역된다. 오늘날도 ‘킬러 고래’라는 이름은 여전히 유효하고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이 놀라운 존재들에게 씌워졌던 공포와 거짓에 대한 신념을 없애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불공평한 이름이라는 의견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p.74~75)
범고래는 모두 같은 종이지만, 전 세계에 약 12개의 다양한 개체군이 있고, 각 개체마다 고유한 물리적 특성이나, 관습, 그리고 언어가 있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고선 난 범고래가 인간과 꽤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간은 이런 범고래를 그저 ‘지하 세계 바다 괴물’로 여기다니! 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작명인가! 사람들이 자신을 ‘킬러 고래’ 혹은 ‘지하 세계 바다 괴물’로 부른다는 사실을 알면, 범고래는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그러나 이런 인간 중심적 사고는 그저 범고래가 기분 나빠할만 한 이름을 짓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들의 이기심은, 전 세계에 약 12개의 다양한 개체군이 있고, 각 개체마다 고유한 물리적 특성이나, 관습, 그리고 언어가 있는, 그러니까 인간과 꽤 비슷한 이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두어 구경하고, 훈련시키는 데까지 뻗친다.
책을 펼칠 때마다, 동식물에 관한 작가의 사랑을 가득히 느낄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책을 읽으며 우리가 각각의 동식물을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대하고 있는지, 우리 삶에서 지구 속 생물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모든 책은 제목이 있다. 책 제목은 주로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한다. 이 책도 이러한 경고를 책 제목에 담아내었다. ‘인간이 아닌 화자’를 내세워서. 제목부터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려’ 하는 책. <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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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 출판 동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