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매달 하는 이벤트인 '같은 책, 다른 생각' 을 통해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책 선물은 항상 설레는데 아마 평소 내가 접해보지 않는 새로운 책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우리 각자의 미술관' 도 내게 다소 낯선 종류의 책이었다. 최대한 편독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손이 많이 가는 건 에세이나 소설류였고 예술이나 역사 분야는 다소 어렵다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에 자주 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편견은 '우리 각자의 미술관'을 읽고 깨지게 되었다.
나는 코로나 시국이 오기 전까지 정기적으로 미술관을 가곤 했다. 어릴 때부터 전시회를 종종 갔던 습관 때문인지 딱히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었지만 미술관에 가서 거대한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다.
근데 어느 날은 이런 고민이 생겼다. 고작 마음이 편해진다며 미술관에 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미술 작품들을 하나하나 집중해서 보지도 않으면서.. 너무 사치스러운 건 아닐까라고.
그 고민은 '우리 각자의 미술관'을 읽으며 말끔히 사라졌다. 내가 미술 작품을 대하는 방식 또한 나만의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굳이 미술 작품을 보며 붓터치가 어떻고, 원근법이 어떠며, 명도와 채도가 어떤지 분석하려 하지 않아도. 작품에 어떠한 역사적인 가치가 투영되었는지 작가는 어떤 시대의 사람인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각자 나름대로 미술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의문 낚아채기'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의 내용을 부분 발췌해보자면
'그림을 보다 보면 '어? 뭐지? 이건 왜 이러는 거지? 라는 의문이 피어오르는 순간이 종종 찾아옵니다. 관례에서 벗어난 표현이나 매끄럽게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과 마주할 때 이런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뭔가 이상하다, 낯설다'라는 느낌은 무척 좋은 신호입니다 어떤 면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이란 뜻이니까요. 편안하게 이미지만 소비할 수 없고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안온한 세계에 머물던 관람객을 혼란스러운 지대로 끌고 나가는 그림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옳습니다.'
다양한 화가의 작품을 접하면서 때때로는 납득하지 못하는 작품들도 보았다. 다소 거북하거나, 이게 왜 예술적으로 가치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괜히 예술가에 대한 모욕을 한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 어떻게 해서든 작품을 인정해보려고 노력했다.
'의문 낚아채기' 부분을 읽으니 내가 품은 의문들이 오히려 긍정적인 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가의 질문에 답을 해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글솜씨가 부족해 내가 느낀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지만, 적어도 미술에 대한 진입장벽이 한층 낮아졌다는 것은 확실하다. 미술관에 자주 가면서도 부담을 느끼던 내게, 작품을 보고 느끼는 모든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려준 고마운 책이다. 언젠가 미술관에 다시 방문하는 날에는 이 책에서 작가가 던졌던 메세지들을 기억하며 그림에게 묻고 답하며 감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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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의 미술관(자기만의 방 Room No 601) 출판 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