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친구와 당일치기로 서울여행을 다녀왔다. 일정의 마지막은 예술의 전당에서 반 고흐 전을 보는 것이었다. 기차 시간이 임박해서 한 시간도 채 감상하지 못하고 급하게 작품을 봤지만 특유의 쨍한 색감과 자유로운 붓터치는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교과서 속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과 캔버스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물감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것은 아주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관련 지식이 부족한데 이렇게 감상만 해도 되는 것일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실제로 미술관에 가면, 작품이 표현하고 있는 내용을 대부분 이해해야 올바른 감상을 했다고 느끼는 압박감에 전시 감상이 부담스러워질 때가 있다.
『 우리 각자의 미술관』 은 우리가 느끼는대로 미술을 감상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전문가도 아니고 책으로 치면 독자, 무대로 치면 관객일 뿐인데 높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다가갈 필요는 없다. 이 책은 경험, 직관, 주관적 사유 등 우리의 방식대로 작품을 감상하기를 적극 권장하며 그에 대한 방법도 알려준다. 미술을 통해 내가 보고 싶은것을 보되, 편협해지지 않게 자신의 감정과 대화할 수 있는 멋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가상 미술관 사이트도 소개되어있는데, 요즘은 전시회를 못 가니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미술 감상에 어려움을 겪거나 진입장벽으로 막막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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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의 미술관(자기만의 방 Room No 601) 출판 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