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스시의 마법사(어스시전집 1)(양장본 HardCover) 작가 어슐러 K. 르귄 출판 황금가지 puritypiano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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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장르 문학의 거장인 어슐러 K. 르귄의 작품이다. 이 작가는 판타지와 SF 장르의 소설을 주로 집필하였으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불리는 본 소설, 어스시의 마법사를 집필한 작가로 유명하기도 하다.

    사실 나는 이 작가의 소설에 대해 정확한 서평을 남길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유는 난 이 작가의 열렬한 팬이며, 거의 모든 소설을 읽어 봤을 정도로 사랑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만큼 애정을 가득 담아 이 소설의 서평을 적어보고자 한다.



    어슐려 K. 르귄은 판타지와 SF의 기초 아래, 작가가 심취했던 동양사상인 도교와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인류학과 심리학, 여성주의 등 다양한 철학과 사상을 접목하여 기존 장르 소설과는 다른 깊고, 풍부한 작가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그리고 다섯 번의 휴고상, 여섯 번의 네뷸러상, 열아홉 번의 로커스상 등 현존하는 다른 어느 작가보다 많은 횟수의 상을 받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목의 ‘earthsea’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거대한 바다에 다양한 섬들로 구성되어 있는 세상을 창조하여, 그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환상적인 모험을 보여주고 있다. (* 2018년 1월 22일 작가의 작고로 어스시 시리즈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6권에서 스토리는 사실상 마무리 되었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어스시 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이며, 소설 속 세계관 구축과 주인공인 새매 게드의 성장기를 담고 있는데,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설 속 몇 가지 설정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이 세계는 마법과 용이 존재하며, 이 소설 속 마법은 고대부터 존재한 용의 언어이며, 사물의 진정한 이름을 깨우치고 그 이름을 부름으로서 다양한 사물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을 마법이라 부르는데, 예를 들면 바람을 조정하고 싶으면 바람의 진정한 이름을 알아야 하며, 그 진정한 이름을 직접 말함으로서 바람을 조정하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진정한 이름을 안다고 해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마법적 소질이 있는 사람만이 배움을 통해 그러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앞에서 보는 것처럼 어스시의 마법사에 나오는 마법은 다른 판타지 소설처럼 화려하지도, 전능적인 힘이지도 않다. 어스시의 마법사들은 학자로서 평생을 진정한 이름을 알기 위해 연구하며, 배우며 고뇌한다. 더군다나 그들 대부분은 그러한 마법의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으며, 균형을 가장 중시하며, 침묵을 사랑하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균형과 침묵의 소중함에 대한 철학은 소설 속 다양한 구절에서 묘사되는데, 그중에서 게드의 스승인 오지언이 이야기한

    "모양과 향기와 씨앗으로 사시사철 어느 때라도 그것이 네잎새풀의 뿌리와 잎과 꽃임을 알게 되면 비로소 그 진정한 이름을 배우고 그 존재를 깨닫게 될 게다. 존재라는건 그 사물이 가진 쓰임새 이상이란다. 결국 넌 뭐에 쓰겠느냐? 또 나는? 곤트산이나 난바다에 무슨 쓸모가 있니?"

    두 마장쯤 더 간다음 오지언이 최종적으로 말했다.

    "듣기 위해선, 침묵해야 한단다." 와 같이 어스시의 마법사들은 마법의 힘을 사용하는데 조심스러우며, 언제나 언어의 무게를 알기에 침묵을 지키며, 존재의 소중함을 알기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세상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힘을 자제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소설 속에서는 거대한 힘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인내와 책임, 그리고 세상의 균형과 중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항상 묘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은 나에게 큰 깨달음으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즉, 항상 모든 행동을 생각 없이 했던 나에게 내 행동의 결과를 깊이 생각하는 것의 중요함과, 도덕적이고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행동하기 전에 내 행동의 결과를 미리 상상하며, 항상 중도와 균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균형에 대한 깨달음은 내 일상 생활의 다양한 곳에서 영향을 끼치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내가 함부로 낭비하는 휴지는 나무로 만들어 진 것이며, 결국 휴지를 낭비하는 것은 나무를 없애게 되어, 환경에 나쁜 변화를 가져오게 되기에 절약하고,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소할 수 있지만, 이런 부분 외에도 이 소설을 관통하는 철학은 내 인생과 관계된 사물을 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는 주옥과도 같은 문구가 너무 많아 다 적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지만, 그 중에서도 이 소설의 철학인 균형과 중용의 미덕, 그리고 행동에 대한 책임의 무거움에 대해 잘 보여주는 소설 속 주인공의 스승 중 한 명인 기예사가 말한 문구를 남기며 글을 끝맺고자 한다.

    “이 돌을 보석으로 만들기 위해선 그 진정한 이름을 변화시켜야 한단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건, 얘야, 그게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야. 그렇게 할 수 있지. 물론 가능하단다. 그게 변화사의 재주다. 장차 준비가 되면 배우게 될 게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에 어떠한 선과 악이 뒤따르는지 알기 전엔 단 하나의 사물, 하나의 조약돌, 한 줌의 모래도 바꾸어서는 안된다. 세상은 평형을 이루고 균형 잡혀 있단다. 변화와 소환에 관한 마법사의 힘은 그 세계의 균형을 뒤흔들 수 있어. 위험한 것이야. 그 힘은 말이다. 아주 파괴적인 힘이지. 거기엔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꼭 필요해서 사용하는 것이라야 해. 촛불 하나를 켜는 건 곧 하나의 그림자를 던지는 거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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