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문장 하나하나가 전해주는 무게와 진솔함이 무거워, 흠뻑 빠져들다가도 잠시 멈춰서야할 때가 있습니다.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은 책이 주는 따뜻함과 무거움으로 잠시 멈춰서 사색에 잠기게 한 책입니다. 이 책은 경애의, 상수의 마음 그 자체인 문장으로 된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작가님이 평소에 느끼고 생각해온 순간순간을 모두 이 책 한 권에 쏟아 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감정과 마음을 글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진솔함 덕분에 정말 천천히 음미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대변하는 표현으로, 불완전한 우리의 삶을 말하고 있는 책입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누구나 겪었을 법한 아픔과 상처,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의 마음과 삶에 대한 글입니다.
인상 깊었던 글 몇 구절을 인용해보겠습니다.
내일을 넘길 수 없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쉬워질 수도 있다는 거야.
어머니가 그렇게 쉬워질 수도 있다고 마랗ㄹ 때 상수는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동하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마치 계절이나 낮과 밤처럼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강제로 위치가 바뀌게 되는 것 같았다. 그건 엄마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다르게 마음이 아주 차가워지는 것이었다. 자기가 어머니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며 누군가가 어깨를 툭 쳐낸 것처럼 한발 물러나 조용히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순간을 ‘각오’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처짐을 각오하는 마음.
사람이 어떤 시기를 통과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했다. 그때도 ‘나아간다’라는 느낌이 가능했던가. ‘견뎌낸다’라는 느낌만 있지 않았나.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듯 기척을 내니까.
사랑이 시작하는 과정은 우연하고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했는데,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이 슬펐다.
슬픔과 따뜻함에 잠겨 하루를 물들이고 싶을 때. 우리의 마음을 글로 보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한 문장문장이 우리의 마음이고 삶 그 자체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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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출판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