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양장본 HardCover) 작가 김초엽 출판 허블 chdnjs0925 님의 별점
    3.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4명)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단편을 구상한 아이디어들 모두 창의적이고, 담고자 했던 주제의식도 명확하지만 단편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깊이를 가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표면만 다루다가 넘어간 책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는 낭만적이고 다정하다. 장르가 SF인 만큼 다루어지는 내용은 우주와 외계 생명체로 확장되었으며, 역설적으로 이를 통해 인류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더욱 돋보인다. 결함을 가졌거나 소수자, 혹은 이방인의 자리에 위치한 사람들을 조명하는 시선은 친절하다. 김초엽 작가가 상상한 세계가 더욱 구체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느꼈고, 장편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



    다만 <감정의 물성> 단편은 따로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다. ‘우울체’, ‘증오체’ 등 감정을 매개해주는 상품(이모셔널 솔리드)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상황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정하의 이야기이다. 이 단편에서 감정을 말하는 시각이 굉장히 독특하다. 이모셔널 솔리드는 감정을 물성을 통해 감각하고자 하는 욕구를 정확히 이해하여 발매된 상품이다. 기념품이나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담은 매개물을 수집하는 행위에서 착안하여 확장한 아이디어라 생각하는데 읽으면서 정말 감탄했다.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 제품을 구매했을 것 같다. 손안에 쥘 수 있는 우울이나 분노, 무력감을 통해 감정에 지배된다는 느낌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을 구매하고 싶다. 통제라는 단어에서 감정의 본질과 멀어지게 되겠지만.

    이모셔널 솔리드를 런칭한 대표에게 정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부정적인 감정을 구매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변한다.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SF 단편집에서 가장 공상과학기술적인 뉘앙스가 덜한 글이었지만 감정에 대해 색다르게 접근을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짧지만 강렬한 내용이고, 가볍게 추천해주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은 단편이었다.
    더보기
    좋아요 1
    댓글 0